[사설]내년 고교생 10만 넘게 감소, 그래도 교사 늘릴 건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23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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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한국의 급속한 저출산 여파로 초중고 학생 수가 2035년이면 작년보다 128만 명이나 줄어든다는 추산이 나왔다. 작년에 이미 교사 1명당 학생 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아래로 내려간 초중고 교사는 2024년이면 OECD 평균에 비해 7만5000명이 넘친다고 한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조영태 교수팀의 연구 결과다.

저출산에 따른 학생 수 감소가 교사 과잉을 불러온다는 경고음은 2000년대 초반부터 제기됐다. 2000년 이후 초등학생 3명 중 1명이 줄었고 내년 고교생은 올해보다 10만 명 넘게 감소한다. 하지만 정부는 초등교사를 2000년부터 지금까지 30% 넘게 늘렸다. 서울시교육청이 올해 공립 초등교사 선발 인원을 작년 846명에서 105명으로 크게 줄이려고 했던 것은 ‘임용절벽’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는 판단에서였다. 하지만 교육대생에 이어 사범대생까지 들고 일어나면서 교사 선발 인원 축소는 흐지부지되고 있다.

김상곤 교육부 장관은 21일 “현장의 교원 수를 증원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교사를 줄여도 모자랄 판에 오히려 늘리겠다는 것은 재앙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 교사는 한 번 임용되면 정년 때까지 사실상 고용이 유지되고 노후는 연금으로 보장된다. 눈앞의 현실마저 외면하는 교육행정은 국민 부담만 가중시킬 뿐이다. 이미 교사 1인당 학생 수가 OECD 평균을 밑돌았는데 고교학점제와 1수업2교사제를 도입하고 기간제 교사를 정규직화해 교사를 더 늘리겠다는 정부의 처방이 암담하다. 교육대와 사범대의 통합, 임용고시 응시 자격 제한 등의 대안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안정적인 직업으로 교사를 지망하는 학생과 학부모들도 하루빨리 현실을 직시하길 바란다.
#교사#저출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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