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만 키운 ‘통신비 시장개입’… 단말기자급제-제4이통사 탄력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21일 03시 00분


코멘트

정부가 9월 15일부터 선택약정요금 할인율을 현행 20%에서 25%로 올리기로 했지만 사실상 신규 가입자에게만 혜택이 갈 것으로 전망돼 통신비 인하를 기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녹색소비자연대, 참여연대, 한국소비자연맹 등 6개 시민단체는 “선택약정 할인율 상향이 신규 가입자에게만 적용되는 것은 ‘전 국민 가계통신비 인하 공약’의 취지에 위배되는 것”이라며 “22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제대로 된 가계통신비 공약 이행 방안에 대해 깊이 있는 고민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을 21일 기자회견을 열어 촉구하겠다”고 밝혔다.

기존 가입자가 새 할인율(25%)을 적용받으려면 개별적으로 기존 약정을 해지하고 통신사에 신청해 다시 약정해야 한다. 이때 기존 할인액을 위약금으로 반환해야 하는데 이는 고객이 내야 한다. 이런 이유로 약 1400만 명에 이르는 기존 가입자들이 약정을 해지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정부는 시행일 전까지 이동통신사들을 최대한 압박해 기존 가입자들이 위약금 없이 새 할인율로 재약정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하지만 신규 약정자 적용만으로도 매출이 준다며 난색을 표하는 통신사들이 이에 협조할 가능성은 낮다.

통신업계 안팎에서는 지금처럼 정부가 통신사를 압박해 통신비를 감면해주는 방식은 시행 때마다 갈등을 일으킬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이런 이유로 실질적인 가계통신비 인하를 위해서는 단말기 자급제 확대, 제4이동통신 출범, 요금 인가제 폐지 등의 시장경쟁 활성화 정책에 주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의원은 다음 달 단말기 완전자급제를 실시하는 내용의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마련해 발의할 예정이다. 정부가 인위적으로 시장에 개입하기보다 업체들의 경쟁을 이끌어내 통신비를 줄이기 위해 내놓은 대안이다. 현재 국내에서 유통되는 이동통신 단말기의 대부분은 이통사를 통해 공급된다. 다른 국가들의 자급 단말기 비율은 50∼60% 수준이다. 단말기 자급제가 확대되면 소비자는 인터넷과 단말기 판매점 등 다양한 유통 채널에서 단말기를 구입할 수 있게 된다. 이통사에서는 자신에게 맞는 요금제를 선택해 가입하면 된다. 녹색소비자연대 윤문용 ICT정책국장은 “한국처럼 95% 이상 통신서비스와 단말기를 결합해서 판매하는 나라가 드물다”고 말했다. 국내 한 이통사는 단말기 완전자급제가 도입되면 소비자 1인당 매달 6000∼1만2000원의 통신비 인하 효과가 있다고 자체 분석하기도 했다.

현재 국내 통신비 문제가 통신 3사의 독과점 체제에서 비롯되었다는 지적도 있는 만큼 제4이동통신을 도입해 소비자의 선택권을 늘려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과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도 최근 제4이동통신 도입에 긍정적 시각을 보여 이번 정부에서 제4이동통신 도입이 급물살을 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효성 방통위원장은 18일 알뜰폰 업계와의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나 “정부의 행정지도로 요금을 낮추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가장 바람직한 것은 경쟁을 촉진하는 것으로 그 대안은 제4이동통신사 출범”이라고 말했다.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도 청문회에서 “그동안 재무건전성 요인 때문에 제4이통사를 선발하지 못했는데 이번에 진입장벽을 대폭 낮추겠다”고 말한 바 있다.

신수정 crystal@donga.com·임현석 기자
#통신사#선택약정요금 할인율#통신비 인하#가계통신비#제4이동통신사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