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숲속 오두막 짓고 사는 꿈, 현실이 된다면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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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빈 폰/자크 클라인 등 지음·김선형 옮김/340쪽·2만8000원·판미동

저자인 자크 클라인이 동료들과 함께 뉴욕주의 한 숲에서 오두막집을 짓고 있는 모습. 판미동 제공
저자인 자크 클라인이 동료들과 함께 뉴욕주의 한 숲에서 오두막집을 짓고 있는 모습. 판미동 제공
“내 집을 짓고 싶다고 꿈꾸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취직을 하고 가정을 꾸리며 살죠. 그러다 문득 꿈을 다 길가에 버리고 왔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나는 그런 일을 당하고 싶지는 않았어요.”

미국 아이다호주 샌드포인트 외곽의 산림에서 30피트(약 9m) 상공에 자신만의 집을 짓고 사는 이선 슐러슬러 씨(26)의 말이다. 울창한 전나무 숲속에 위치한 이선 씨의 집은 마치 새 둥지처럼 생겼다. 공중에 매달린 자전거를 타고 페달을 밟으면 그 동력으로 자전거가 엘리베이터처럼 올라간다. 상상한 대로 세상에서 유일한 그의 집을 보고 있으면 서울의 답답한 아파트 모습과 대비되며 오두막집에 대한 강력한 욕구가 솟아오른다.

이 책에는 직접 집을 짓고 사는 10명의 이야기와 200여 개의 각기 다른 통나무집 사진들로 채워져 있다. 책 제목과 같은 ‘캐빈 폰’ 사이트에 소개된 사례들을 책으로 엮었다. 이 사이트는 전 세계 1만2000여 명이 자신들이 직접 만든 집에 대한 각종 정보와 사진을 올려놓고 있다. 캐빈 폰은 오두막을 뜻하는 캐빈(cabin)과 포르노(pornography)를 합친 말이다. 다소 자극적인 단어지만 그만큼 오두막집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아놓은 개성 강한 이야기로 가득하다.

저자이자 캐빈 폰 사이트를 만든 이는 동영상 공유 사이트 ‘비미오(vimeo)’의 공동 창업자인 자크 클라인이다. 그 역시 뉴욕주의 한 숲에 직접 오두막집을 지은 경험이 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소박하고 간단하게 집을 지은 사람들의 모습이다. 녹슨 샤일로(양곡창고)를 개조해 집을 만든 테이무어·리핸 형제 이야기나 땔감으로 노천탕을 만들고, 퇴비 더미로 물을 데우는 샤워실을 만드는 등 자연을 해치지 않으면서 비교적 쉽게 집을 짓는 사람들의 노하우를 엿볼 수 있다.

책은 글보다 사진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 “우리는 누구나 마음속에 언제라도 노력하면 지을 수 있는 집 한 채씩을 품고 있다는 걸 이런 사진들을 볼 때마다 새삼스럽게 떠올리게 된다”는 저자의 말이 와 닿는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캐빈 폰#자크 클라인#내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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