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대상 기업집단 유력 네이버, 無총수 기업 될까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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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委 이해진 前의장 영향력 가늠
“지배구조 투명한 전문경영인 체제”… 네이버, 재벌규제 적용 부당 주장
“이 前의장 투자결정 등 큰 영향력”… 일각선 공정위 총수지정에 무게

국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이해진 네이버 창업주(전 네이버 이사회 의장·사진)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기업 총수로 지정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기업 총수로 지정되면 회사의 경영 활동에 대해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 다음 달 네이버의 준(準)대기업집단(공시 대상 기업집단) 지정이 유력시되는 가운데 네이버는 공정위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 창업주의 총수 지정 가능성이 불거진 건 해외에 머물던 이 창업주가 이달 14일 돌연 공정위를 찾아 ‘총수 없는 기업집단’으로 지정해줄 것을 요청하면서부터다. 공정위는 총수를 지정할 때 기업 경영과 인사권에 영향을 행사하는지가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이 창업주는 공정위에서 ‘경영권 방어나 세습 문제 등에서 여느 대기업과는 다른 행보를 걸어왔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다음 달 네이버는 공시 대상 기업집단(자산 규모 5조 원 이상)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 창업주의 움직임도 긴박해졌다. 네이버의 국내 자산은 현재 4조8000억 원 정도지만 공정위가 변대규 이사회 의장이 회장을 맡고 있는 휴맥스홀딩스를 포함하는 등 관계사를 폭넓게 판단할 경우 공시 대상 기업집단에 포함된다. 공시 대상 기업집단에 지정되면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받고 동일인(총수) 지정 신고를 해야 한다. 회사의 허위자료 제출 등의 잘못도 총수가 법적 책임을 지게 된다.

현재 이 창업주의 공식적인 직함은 글로벌투자책임자(GIO). 그는 현재 유럽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 창업주는 1999년 6월 네이버를 설립했을 때부터 여느 기업 총수나 오너들과는 다른 방향으로 회사를 이끌어왔다는 입장이다. 삼성SDS 출신인 그는 1999년 네이버를 설립해 대표이사를 지냈고 네이버가 한게임과 합병한 뒤인 2001년 NHN(옛 네이버) 공동대표이사 사장을 맡았다.

이후 2004년부터 비교적 빨리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 자문역인 이사회 의장을 맡으며 일본을 거점으로 온라인 메신저인 ‘라인’의 글로벌화에 집중했고, 올해 3월에는 이사회 의장에서도 물러났다. 당시 그는 유럽 등 해외 진출을 목표로 백의종군하며 국내 경영 분야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실제로 그는 비교적 낮은 지분(4.64%)으로 회사를 운영하면서 “나도 언제 잘릴지 모른다”고 말해 지배력에 대해서 고민해 왔던 것으로 전해진다.

네이버 측은 다음 달로 다가온 공정위의 총수 지정은 ‘일가친척으로 구성된 자본가 집단’이란 의미의 재벌 규제를 위한 잣대로, 투명한 지배구조와 전문경영인체제를 갖춘 네이버를 규정하기는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 창업주 측 가족이나 친족의 네이버 지분 참여도 없고, 회사의 경영진도 모두 전문경영인이라는 설명이다. 순환출자 등 복잡한 지배구조도 없어 재벌을 규제하기 위한 방안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게 네이버 측 입장이다.

반면 이 창업주가 비록 지분은 낮지만 실질적 지배력을 가진 것으로 봐야 한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현재 네이버의 최대 주주는 10.61%를 보유한 국민연금이지만 국민연금이 실질적인 회사 경영권을 쥐고 있다고 보긴 어렵기 때문이다. 창업자로서 지분을 가지고 있고 해외 투자결정 등 주요 경영상의 의사결정에 사실상 관여하고 있다는 시각이다. 특히 현재 네이버를 이끄는 한성숙 대표와 변대규 이사회 의장도 이 창업주가 발탁한 것으로 알려져 있어 이 창업주의 내부 영향력이 작지 않을 것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여기에 이 창업주만 총수기업에서 제외할 경우 다른 기업과의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수밖에 없어 공정위 입장에선 부담스럽다. 공정위는 이 창업주의 총수 지정 여부와 관련해서도 그의 지난 행보와 이력까지 종합적으로 따져보고 있다.

임현석 기자 lhs@donga.com
#네이버#이해진#공정거래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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