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바바리맨 경찰’ 2년만에 또 못된짓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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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해임뒤 소청심사로 복직… 대낮 음주후 음란행위 적발
성범죄 징계 경찰 32% 버젓이 근무… 경찰청 ‘원 스트라이크 아웃제’ 무색

10일 오후 4시 30분경 서울 강서구의 한 건물 승강기 앞. 한 40대 남성이 갑자기 운동복 반바지와 속옷을 통째로 벗었다. 앞에 있던 여성은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리고 곧장 경찰에 신고했다. 남성은 경찰에서 “낮부터 술을 마셨다. 취해서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 확인 결과 남성은 서울 종로경찰서 소속 현직 경찰관인 A 씨(47·경사)였다. 그는 2015년 유사한 범행을 저질러 해임됐다가 소청심사를 통해 복직했다. 원래 계급은 경위였다. 당시 사건 탓에 경사로 1계급 강등 후 복직했는데 또 범행을 저지른 것이다.

경찰은 성범죄를 저지른 경찰관에게 대부분 해임 파면 등의 중징계를 내린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근무하는 경우가 많다. 소청심사를 거치며 징계 수위가 낮아진 것이다.

13일 경찰청이 자유한국당 윤재옥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5년 5월부터 올 5월까지 2년간 성범죄로 징계받은 경찰관은 48명에 이른다. 이 중 15명(31.6%)은 여전히 현직에 근무 중이다. 이들은 모두 중징계(파면 해임 강등 정직) 처분을 받았다. 징계받은 경찰관 중 서울지방경찰청 소속이 21명으로 가장 많았다. 중징계를 받고도 현직에 근무 중인 경찰관도 서울(8명)에 많았다. 서울과 비슷한 규모의 경기지방경찰청은 같은 기간 6명이 징계받아 현재 1명이 근무 중이다.

앞서 경찰청은 2015년 8월 명백한 성범죄가 드러나면 감찰 단계에서 파면이나 해임을 시키겠다고 발표했다. 강신명 전 경찰청장이 당시 “여성을 상대로 한 강력범죄에 모든 역량을 집중시켜야 한다”며 밝힌 이른바 ‘원 스트라이크 아웃제’다. 그러나 실제로 중징계를 받은 10명 중 3명은 조직으로 돌아오고 있다.

경찰은 “엄벌 기조가 후퇴한 것이 아니라 소청심사위원회에서는 징계 수위가 낮아지는 편이다”라고 해명한다. 인사혁신처 산하 소청심사위원회는 징계를 받은 공무원의 요청에 따라 재심을 실시한다. 소청심사위 관계자는 “경찰이 자체 징계를 내리는 기준이 위원회 심사 기준보다 높은 편이라 상당수가 심사 단계에서 복직된다”고 설명했다.

성범죄 전력이 있는 경찰관을 대민 치안의 현장인 파출소와 지구대에 제한 없이 발령 내는 일도 많다. A 씨 역시 현재 한 파출소 소속이다. 성범죄로 징계를 받았던 한 경찰관은 “다 끝난 사건이다. 현재 근무 중인 곳의 동료들은 징계 사실을 잘 모른다”고 말했다.

성범죄로 징계를 받는 경찰관의 수도 매년 증가하고 있다. 2013년 14명에서 2015년과 2016년 각각 18명으로 늘어났다. 올 들어서는 5월까지만 12명이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성범죄 경찰관의 징계도 강화해야 하지만 경찰 임용 과정에서 인성 등을 평가하는 등 예방적 장치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황성호 hsh0330@donga.com·김동혁 기자
#경찰#성범죄#징계#해임#소청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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