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로는 감당 안돼…” 인터넷은행 3호 나오나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14일 03시 00분


코멘트

정부, 수요 급증에 추가인가 검토

올해 출범한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인기가 예상외로 크게 치솟으면서 정부가 추가 인가를 검토하고 나섰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13일 “인터넷은행의 수를 늘려 나가는 쪽으로 정책 방향을 정했다. 구체적인 인가 시기와 방법은 인터넷전문은행의 수요가 어떻게 변하는지를 고려해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케이뱅크, 카카오뱅크에 이은 ‘제3의 플레이어’가 필요하다”며 추가 인가를 시사한 바 있다. 이에 따라 현 정부 임기 말까지 1, 2곳의 인터넷은행이 더 생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 넘치는 인기, 감당 못한 인터넷은행

금융당국이 카카오뱅크 출범 한 달이 채 지나기 전에 인터넷은행의 추가 인가를 검토하게 된 것은 이에 대한 금융소비자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부족하다 보니 대출 중단, 상담 지연 같은 부작용이 속출했다.

카카오뱅크는 영업 개시 5일 만에 가입자가 100만 명을 넘어서더니 보름도 안 돼 200만 명을 돌파했다. 사상 최고의 ‘흥행 대박’을 이룬 셈이지만 문제가 따라왔다. 시스템과 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과부하가 걸린 것이다. 고객들이 카카오톡 상담에 연결을 시도하면 ‘문의가 많아 직원 연결이 지연된다’는 메시지가 등장했다. 이 때문에 인터넷에선 “카카오톡에서 대출 받는 게 ‘로또’ 당첨만큼 어렵다”는 말까지 돌았다. 체크카드도 신청 급증으로 카드 신청 후 카드를 배송받기까지 평균 4주나 걸린다.

케이뱅크는 금융회사에서 보기 드물게 실탄(자본)이 바닥나 금융상품 판매를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이 회사의 직장인 신용대출 상품은 예상보다 큰 인기를 끌며 한도가 조기 소진돼 6월 판매가 중단됐다. 큰 폭의 대출 증가로 자본금이 거의 바닥 난 케이뱅크는 10일 유상증자를 통해 1000억 원 규모의 자본을 마련하기로 했다. 카카오뱅크도 원래 있었던 증자 일정을 6개월이나 앞당겨 5000억 원 규모의 증자를 단행하기로 했다.

이 같은 인터넷은행의 초기 혼란에 금융당국도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금융감독원은 이달 초 카카오뱅크의 고객 응대율이 14%에 불과하다며 고객센터 인력을 확충하라고 권고했다.

○ 경쟁 격화로 대출 부실 가능성도

전문가들은 애초에 인터넷은행에 대한 수요가 과소평가됐다는 분석을 내리고 있다. 금융계에선 당초 인터넷은행 출범을 앞두고 “0.1%포인트의 차이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일부 ‘금리 노마드족’들만 이동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편의성과 저금리, 각종 부가 혜택을 보려는 일반 직장인의 가입 행렬이 이어졌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도 고객 수요를 다시 평가해 그에 맞는 인가 계획을 짜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인터넷은행 수가 지금보다 늘어날 경우 시장 포화에 따른 부작용이 생길 우려도 있다. 인터넷은행 간, 또는 시중은행과의 경쟁이 격화되면서 리스크 관리에 실패할 가능성이 생긴다는 점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경기 변화에 따라 대출 부실 등 위기가 터졌을 때 이들이 얼마나 잘 대응할지가 문제”라고 말했다.

아직 표면화되진 않았지만 각종 금융 범죄에 노출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금융 서비스를 비대면 방식으로 제공하는 만큼 대포통장의 양산이나 대규모 정보유출 등이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특임교수는 “중금리 대출 시장에 대한 수요가 아직 크기 때문에 인터넷은행을 늘릴 여력이 있지만 보안 분야 투자는 계속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모 mo@donga.com·송충현 기자
#인터넷은행#케이뱅크#카카오뱅크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