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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손끝에 울리는 진동, 글 밖으로 전해지는 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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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손끝에 울리는 진동, 글 밖으로 전해지는 감동

손효림기자 입력 2017-08-12 03:00수정 2017-08-1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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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과 천둥/온다 리쿠 지음·김선영 옮김/700쪽·1만7800원·현대문학
스타 피아니스트 조성진은 소설 속 콩쿠르의 모델이 된 ‘하마마쓰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2009년 역대 최연소(15세)로 우승했다. 일본에서는 소설에 나온 콩쿠르 연주곡을 모은 음반이 발매돼 큰 사랑을 받았다. 동아일보DB
치열하게 고뇌하며 성장하는 음악가의 세계가 궁금한가. 짜릿한 긴장감 속에 쉼 없이 책장을 넘기고 싶은가. 그렇다면 이 책을 권한다.

가상의 일본 도시 요시가에에서 3년마다 열리는 ‘요시가에 국제 피아노 콩쿠르’를 입체적으로 조명한 이 작품은 읽는 이를 순식간에 음악의 세계로 끌어당긴다. ‘밤의 피크닉’ ‘흑과 다의 환상’ ‘유지니아’ 등 판타지, 호러, 미스터리, 공상과학을 비롯해 다양한 분야를 넘나드는 저자의 실력이 십분 발휘됐다.

양봉가의 아들로 자유분방하고 매혹적이면서도 도발적인 연주로 심사위원들을 때로 분노케 만드는 가자마 진, 천재 소녀였지만 어머니를 잃은 후 연주회장에서 돌연 사라졌던 에이덴 아야, 탄탄한 실력과 뛰어난 외모로 줄리아드음악원을 대표하는 청년 마사루 카를로스 레비 아나톨, 가족을 위해 피아니스트의 꿈을 접고 대형 악기점에서 일하는 다카시마 아카시…. 제각각 사연을 지닌 이들이 콩쿠르에 참가한다.

이들이 연주를 통해 빗방울이 떨어지는 소리를 듣고, 숲속의 싱그러운 바람을 느끼는가 하면 광활한 우주까지 만나는 모습은 피아노 버전의 ‘신의 물방울’ 같다. 하지만 별다른 거부감 없이 어느새 젖어들 듯 음미하게 된다.

‘음악의 신에게 사랑받는’ 진은 제자를 별로 두지 않았던 전설적인 음악가 유지 폰 호프만이 눈을 감기 직전까지 찾아가 가르친 소년이다. 한 번 들은 음악을 외워버리고 공연장 무대 바닥 일부가 보수 공사로 두꺼워져 피아노 소리가 미세하게 달라지는 것까지 찾아내는 절대 음감을 지녔다. 열여섯 살의 진이 콩쿠르에 참가한 건 본선에 진출하면 아버지가 피아노를 사주기로 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갇혀 있는 음악을 세상으로 데리고 나가겠다’는 스승과의 약속이 지닌 의미를 깨치고 실현해야 한다.

바람 같으면서도 천진난만한 진의 등장은 아야와 마사루는 물론 심사위원들에게까지 강한 파장을 불러일으킨다. 이들은 음악이 자신에게 지닌 의미를 곱씹으며 호프만이 진을 통해 의도한 바를 더듬어 나간다. 진 역시 처음 접하는 콩쿠르에서 다채로운 연주를 듣고 빼어난 실력을 지닌 아야, 마사루와 교감하며 성장한다.

콩쿠르 현장을 속속들이 들여다보는 듯 치밀한 묘사는 오랜 시간 공들인 저자의 발품 덕분이다. 저자는 일본 하마마쓰시에서 3년마다 열리는 ‘하마마쓰 국제 피아노 콩쿠르’를 2006년부터 네 번 지켜보며 꼼꼼하게 취재했다. 두 번째 참관한 2009년 대회의 우승자는 조성진이었다. 그래서일까. 앳된 분위기의 열여덟 살 조한선이 본선에서 라흐마니노프 2번을 ‘대단히 우아하고 단정하게 연주해’ 유행에 휩쓸리지 않는 정통적 피아니스트라는 인상을 줬다는 대목에서는 조성진이 떠오른다. 최상의 소리를 위해 한정된 시간 안에 신속히 피아노를 점검하는 조율사들, 참가자들이 편안하게 연주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격려하는 무대 매니저 등 보이지 않는 이들의 땀방울도 놓치지 않는다. 선택받은 자의 환호와 그렇지 못한 자의 탄식이 뒤섞이는 당락 발표 순간은 냉혹하지만 인간의 원초적인 흥미를 자극해 흥행을 유도하는 콩쿠르의 단면을 드러낸다.


작품 속 또 다른 주인공은 음악이다. 쇼팽, 리스트, 베토벤, 브람스 등 거장의 음악이 활자를 통해 쉼 없이 흘러나온다. ‘눈으로 본’ 음악을 소리로 차분히 음미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진다. 올해 일본 나오키상, 서점대상 수상작.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꿀벌과 천둥#온다 리쿠#요시가에 국제 피아노 콩쿠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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