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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고미석]‘살충제 달걀’ 스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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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고미석]‘살충제 달걀’ 스캔들

고미석 논설위원 입력 2017-08-12 03:00수정 2017-08-1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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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6년 3월 8일자 동아일보에는 ‘學童(학동)들에 이 죽이는 약’이란 제목의 토막 기사가 실렸다. ‘군정청위생과에서는 아동의 위생을 도모코저 7일 하오 2시부터 시내 각학교 아동들을 운동장에 줄지워세워노코 머리서부터 발끝까지 또 옷속까지 흰회를 뒤집어씌웠다. 이 약은 흰회가루가 아니고 시내위생화학연구소에서 발명한 ‘디디티’로 만든 이 쥐기는 약이다.’

▷광복 직후 혹은 6·25전쟁 전후를 기록한 빛바랜 흑백사진에선 하얀 분말을 뒤집어쓴 아이들을 종종 볼 수 있다. 이, 벼룩 등 해충을 박멸하는 DDT의 획기적 위력을 발견한 사람은 스위스 화학자 파울 뮐러였다. 그는 공공건강에 기여한 공로로 1948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다. DDT는 발진티푸스 말라리아 같은 전염병 퇴치와 농작물 생산량 증가에 한 획을 그은 살충제로 각광받았으나 30여 년 만에 내리막길을 걷는다. 1962년 작가 레이철 카슨(1907∼1964)이 출간한 ‘침묵의 봄’이 계기였다. 그가 DDT 남용이 가져온 생태계 파괴 문제를 제기한 뒤 인체에 유해하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DDT 퇴출은 1970년대 들어 시작됐고 한국은 1979년 금지했다.

▷요즘 유럽 전역이 ‘살충제 달걀’ 때문에 공포에 떨고 있다. 네덜란드 벨기에에서 살충제 성분인 ‘피프로닐’이 다량 검출된 달걀이 발견된 데 이어 루마니아 덴마크 등 10여 개 수출국에서도 살충제 달걀이 발견됐다. 피프로닐은 이, 벼룩, 진드기를 구제(驅除)할 때 사용하는 독성 물질로 닭 같은 식용 가축에겐 사용이 금지돼 있다.

▷어쩌다 달걀 프라이도 마음 편히 먹지 못하는 세상이 됐을까. 벨기에 회사가 살충 효과를 높이려고 독성물질이 들어간 살충제를 만들고 네덜란드 방역업체가 닭 진드기를 잡으려고 사용한 것이 발단이 됐다. 잘사는 유럽에서도 이런 후진적 재앙이 발생했다니 놀랍다. 살충제 달걀로 인한 인명 피해는 아직 없어도 수백만 마리의 닭들은 폐기 처분될 운명이다. 가장 값싸고 편리한 단백질 공급원인 달걀, 당분간 유럽의 식탁에서는 공포의 대상이 될 듯하다.

고미석 논설위원 mskoh119@donga.com
#ddt#파울 뮐러#살충제 달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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