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무력충돌 막으려 모든 조치 강구”… 뾰족수 없어 고심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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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긴장 고조]NSC 이례적 2시간 긴 회의
정의용 안보실장 “벼랑 끝으로 가고있다”
“위기 아니다” 하루만에 분위기 급변

주변국 특사파견 외교조치 포함… 美전략자산 전개 축소說도 돌아

北 미사일 언급 피한 文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북한과 관련한 언급 없이 전날 발표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 복지 확대에 대한 설명에 집중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北 미사일 언급 피한 文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북한과 관련한 언급 없이 전날 발표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 복지 확대에 대한 설명에 집중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한반도 안보 상황이) 벼랑 끝으로 가고 있다.”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은 10일 청와대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주재한 자리에서 이같이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이 괌 포위사격의 구체적인 시나리오를 공개하고 미국이 북한 정권의 ‘종말과 파멸’을 언급하며 무력충돌 위험 수위가 한층 높아지고 있는 상황의 엄중함을 표현한 것이다.

이날 NSC 상임위원회는 오후 3시부터 2시간 동안 진행됐다.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5월 29일 열린 정 실장 주재 NSC 상임위가 45분가량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두 배 이상 길었다. 전날 청와대가 “한반도 안보 위기 상황이라는 지적에 동의할 수 없다”고 했던 것과는 사뭇 달라진 기류다. 청와대 관계자는 “참석자들이 생각하고 있는 모든 해결 방법을 다 테이블에 올려 토론했다”며 긴박했던 분위기를 전했다.


NSC 상임위는 이날 “북한의 한반도 긴장 고조 행위 즉각 중단을 촉구하며 긴장 해소와 평화 관리를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군사적 긴장 완화를 위한 ‘적극적인 외교적 역할’을 자임하고 나선 것이다.

청와대가 밝힌 군사적 긴장 완화를 위한 ‘필요한 모든 조치’에는 미국과 중국 등 주변국으로 특사를 파견해 무력 충돌 가능성을 차단하는 등 외교적 조치는 물론이고 군사적 조치까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태 추이에 따라 미국의 전략폭격기 등 전략자산 전개와 같은 무력시위의 강도를 조절할 수 있다는 말도 흘러나온다. 청와대는 지난달 28일 북한의 2차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발사 도발 직후 미국의 전략자산 한반도 조기 전개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외교적 군사적 민감성 때문에 구체적인 방안을 밝히기는 어렵다”면서도 “모든 조치를 강구하겠다는 표현에 다 담겨 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벼랑에서 떨어지길 바라는 사람은 없다”며 “엄중해지는 상황일수록 위기 해결 방법이 나올 시점으로 가고 있는 것도 맞다”고 말했다.

하지만 북-미 간 충돌이 매일같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이 내놓을 카드가 마땅치 않다는 지적이 정부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한반도 위기가 고조되는 가운데에서도 공개적인 대북 메시지를 내놓지 않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수석·보좌관회의 공개석상에서 당초 예상과 달리 북핵 문제를 언급하지 않았다. 7일 한미 정상 전화통화 이후 줄곧 자주국방 등 원칙적인 기조들을 강조했을 뿐이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의 침묵 자체가 의도된 메시지라는 설명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이 설전에 나서 복잡한 구도를 만드는 것보다는 엄중하게 상황을 지켜보고 모든 준비를 해야 한다는 인식”이라며 “다만 광복절 메시지에 동북아 공동체의 평화를 저해하는 북핵 상황에 대한 내용이 담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평화적 해결 원칙을 강조할 수밖에 없는 정부가 현 시점에서 사태 해결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다는 판단이다.

하지만 북-미 대결 구도가 더욱 뚜렷해지면서 문재인 정부가 갈수록 북핵 외교의 중심에서 밀려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여전하다. 한반도 비핵화 합의 도출을 목표로 문 대통령이 ‘한반도 운전자론’을 주장한 지 한 달여 만에 북핵 협상 구도의 패러다임 전환으로 난국을 맞게 됐다는 지적이다.

유근형 noel@donga.com·문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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