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직수당, 취업활동에 큰 도움… 서비스 질은 더 개선돼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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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구직수당에 대한 취준생 반응

“취업하려면 적지 않은 돈이 필요한데 부모님한테 무작정 손을 벌릴 수가 없었어요.”

취업준비생 신현정 씨(25·여·중앙대 영문과 졸업)는 지난해 6월부터 약 20곳의 기업에 원서를 넣었지만 아직 일자리를 얻지 못했다. 결국 올해 4월 ‘취업성공패키지’를 신청했다. 일명 ‘취성패’로 불리는 이 프로그램에 신청하면 취업 상담과 직업훈련, 취업 알선 서비스를 받고, 수당도 지원받는다.

하지만 신 씨는 취성패 서비스를 제대로 받기 힘들었다. 신 씨가 살고 있는 경기 김포에는 고용복지센터가 한 곳뿐이라 집에서 오가기가 쉽지 않았다. 고용복지센터에는 신 씨가 원하는 기업에 특화된 상담전문가도 없었다. 2단계에서 지급하는 직업훈련수당(월 40만 원)도 정부가 지정한 학원이나 직업훈련기관의 수강료로만 쓸 수 있어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

○ “구직수당 때문에 취성패 신청”

추가경정예산안이 지난달 22일 국회를 통과하면서 청년수당 사업이 본격 시작됐다. 정부는 취성패 3단계 청년들에게 월 30만 원씩 최대 석 달간 구직수당을 지급할 예정이다. 2019년부터는 6개월간 월 50만 원으로 수당과 지원 기간이 대폭 늘어난다.

신 씨도 하루 빨리 2단계를 끝내고 3단계로 진입할 생각이다. 취업 지원 서비스는 제대로 받지 못했지만 구직수당만큼은 큰 도움이 될 수 있어서다. 구직수당을 받으면 그동안 다니지 못한 학원을 다니고 부모님에게 받는 용돈을 줄일 계획이다. 신 씨는 “그동안 학교 근처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일과가 너무 피곤해 취업 준비를 제대로 할 수 없었다”며 “구직수당을 받게 되면 아르바이트를 그만두고 취업 준비에만 전념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취업준비생 서성우 씨(26·중앙대 광고홍보학과)는 지난해 1월부터 50여 곳에 원서를 냈지만 취업에 실패했다. 서 씨는 최근 학교를 방문한 고용노동부 상담원을 만나 취성패를 신청했다. 취업 상담과 알선 서비스를 공짜로 받을 수 있고 무엇보다 구직수당을 받으면 부족한 생활비를 충당할 수 있어서다. 서 씨는 “사실 정부가 제공하는 취업 지원 서비스는 크게 기대하지 않지만 구직수당은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서 씨는 생활비 때문에 적지 않은 고통을 겪고 있다. 구리시에 사는 서 씨는 학교 근처에서 자취하지 않고 지하철을 여러 번 갈아타며 1시간 30분씩 통학한다. 최근에 한 회사의 면접을 볼 때는 유일하게 갖고 있는 겨울 정장을 입고 갔다가 땀이 비 오듯 흐르기도 했다. 지난주에는 면접을 보러 전남 여수를 다녀오느라 교통비만 10만 원을 썼다. 그는 “취업준비생에게 가장 부족한 건 돈”이라며 “미래를 저당 잡히고 아르바이트를 하는 게 정말 싫다. 그 시간에 빨리 취업하는 게 좋을 것 같아 취성패를 신청했다”고 말했다.

○ “구직수당이 목적이 돼선 안 돼”

취업준비생들이 모두 구직수당을 무작정 환영하는 건 아니다. 취성패 서비스의 질을 개선하는 것이 먼저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목진혁 씨(27·명지대 일문과 졸업)는 지난해 9월부터 6개월간 취성패에 참여해 서비스를 받은 뒤 올해 5월 일본계 무역회사 영업사원으로 취업했다. 목 씨는 그동안 취성패의 단계별 과정을 착실히 이수했다. 1단계 상담에서 적합 업무를 발굴했고 2, 3단계에서는 직업훈련으로 맞춤형 교육을 받았다. 기업에서 면접을 본 다음에는 상담사와 함께 낙방 요인을 분석해 단점을 보완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자연스럽게 취업에 자신감을 얻었다. 다만 목 씨는 추경 예산 통과 전 취성패를 이수해 구직수당을 받지 못했다.

목 씨가 가장 아쉬웠던 점은 취성패를 통해 외국계 기업 정보를 얻기가 쉽지 않았다는 것이다. 결국 본인이 직접 정보를 수집해야 했다. 취성패 서비스를 제공하는 지역고용센터의 경우 국내 기업 위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럼에도 목 씨는 ‘심리적 안정감’을 취성패의 최대 장점으로 꼽았다. 그는 “(취성패 과정에 들어가면) 아무리 떨어져도 계속 상담을 받을 수 있고, 취업에 성공한 사람에게 피드백을 받기도 한다”며 “취업준비생으로서 느끼는 불안감을 어느 정도 덜어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목 씨는 구직수당을 받는 게 취성패 신청의 목적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그는 취업준비생 시절 부모님에게 매달 50만 원의 용돈을 받았다. 목 씨는 “구직수당을 받으면 부모님에게 분명 덜 기댈 수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취업 지원 서비스가 주가 돼야 할 취성패가 구직수당 지급 창구로 악용되지는 않을지 걱정된다. 취준생 입장에서는 구직수당이 반갑지만 결국 국민 세금 부담이 크게 늘어나는 것 아니냐”라고 말했다. 그는 “청년 취업이라는 취성패의 진짜 목적을 달성할 수 있게끔 정부가 서비스의 질을 한층 더 높였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양길성 인턴기자 중앙대 사회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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