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현 “구속 왜 이리 빨라졌는지 정말 미스터리”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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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기 LG 마운드 활력소 김대현
올 전반기까지 프로 벽 절감했지만 투구 폼 바꾸고 변화구 연마 효과
허프 부상으로 기회 잡고 대활약

이번 시즌 후반기 깜짝 활약으로 ‘LG 10년 에이스’ 재목으로 떠오른 영건 김대현(20)이 5일 서울 잠실구장의 마스코트 옆에서 자신감 넘치는 포즈를 취하고 있다. 데이비드 허프의 부상으로 선발 기회를 얻은 김대현은 5경기에 나와 귀중한 3승을 따내며 팀의 상승세를 이끌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이번 시즌 후반기 깜짝 활약으로 ‘LG 10년 에이스’ 재목으로 떠오른 영건 김대현(20)이 5일 서울 잠실구장의 마스코트 옆에서 자신감 넘치는 포즈를 취하고 있다. 데이비드 허프의 부상으로 선발 기회를 얻은 김대현은 5경기에 나와 귀중한 3승을 따내며 팀의 상승세를 이끌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5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만난 LG의 영건 김대현(20)은 단단하게 정신 무장이 돼 있었다. “지난해에는 대량 실점을 하면 머리를 숙이고 낙담을 했는데 이젠 어떤 상황에서도 평정심을 유지하려 노력합니다.”

패전 투수가 된 다음 날 김대현은 자신의 말처럼 초연한 모습을 보였을까. 7월 이후 평균자책점 1위(1.46)를 달리던 김대현은 이날 두산의 맹타에 4와 3분의 2이닝 7실점으로 무너졌다. 후반기 깜짝 활약으로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았던 김대현에게는 너무나 뼈아픈 패배였다. 하지만 이날 김대현은 고개를 숙이거나 자책하는 모습을 한 번도 보이지 않았다. 초연하려 애썼다.

키 193cm에 몸무게 100kg. 다부진 체격의 그는 고교 시절부터 ‘우완 정통파 투수’의 계보를 이을 선수 중 하나라는 평가를 받았다. LG는 2016년 신인 드래프트 1차 지명으로 김대현을 데려왔다.

프로의 세계는 만만하지 않았다. 주로 2군에 머물렀던 지난해에는 6월에 단 한 번 1군 무대에 계투로 등판해 1과 3분의 2이닝 동안 2실점 1자책점을 기록했다. 올 시즌도 7월 이전까지 15경기에 등판해 2승 3패 평균 자책점 6.48의 성적에 머물렀다.

선발 등판의 기회는 벼락처럼 찾아왔다. 에이스 투수 데이비드 허프가 전반기 막판 부상으로 2군으로 내려가면서 마운드에 올라선 것이다.

간절함으로 무장한 김대현의 후반기 활약은 매서웠다. 선발로 나온 5경기에서 3번의 퀄리티스타트(QS·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기록하며 3승을 거뒀다. 모두 팀의 순위 반등에 꼭 필요했던 ‘알짜배기 승리’였다. 김대현은 허프의 빈자리를 완벽하게 메우며 전반기 6위에 처져 있던 팀을 후반기 4위로 올려놓는 데 큰 몫을 했다. 늦게 시동이 걸린 그는 올 시즌 5승 4패 평균자책 5.20을 기록 중이다.

김대현은 “신인이던 지난해 몇몇 경기에서 대량 실점을 했을 때 너무 힘들었다. 그때 선배들의 조언이 큰 도움이 됐다”며 “‘공 하나를 던질 때도 간절한 마음으로 던져라. 나는 아직도 간절하다’라는 류제국 선배님의 말을 마음에 새겼다”고 말했다. ‘임시 선발’이던 그는 단숨에 미래의 에이스 재목이라는 평을 들었다.

눈에 띄게 달라진 건 투구폼이다. 그동안 제구력이 들쑥날쑥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대로는 살아남기 힘들다는 생각에 지난해 겨울 캠프 기간에 강상수 투수코치에게 먼저 부탁했어요.” 강 코치의 지도 아래 김대현은 좌우로 넓게 퍼지던 팔동작을 수직으로 간결하게 바꿨다. 공을 뿌리는 지점도 정돈했다.

볼넷이 줄고 시속 140km 초반에 머물던 직구 평균 구속이 후반기 146∼147km까지 빨라졌다. 그는 “갑자기 왜 빨라진 건지 모르겠다. 다만 항상 김용일 트레이너 코치가 ‘체구가 좋으니 언제든지 스피드가 올라온다. 그러니 항상 몸을 단련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직구 구위만 놓고 보면 KBO리그에서도 수준급이지만 에이스로 발돋움하기 위해선 변화구도 승부구로 던질 수 있어야 한다.

“나만의 주무기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변화구 연습을 많이 했어요. 차우찬, 임찬규 선배 등 선배란 선배는 다 찾아다니며 물었죠. 아, 아직 (이)동현 형한테는 안 물어봤네요. 이참에 물어봐야겠어요.(웃음)”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lg트윈스#김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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