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공립대 장학금 줄여 입학금 폐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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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입학금 없애면 자금 지원”… 예산 부족에 장학금 지급부담 완화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격” 비판

최근 국·공립대들이 새 정부의 요구에 발 맞춰 대입전형료 및 입학금을 속속 인하 또는 폐지하는 가운데, 정부가 이들 대학에 ‘입학금을 포기하면 그만큼 장학금 지급 부담을 낮춰주겠다’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학생들로서는 입학금을 안 낸 만큼 장학금을 덜 받는 셈이 돼 ‘조삼모사’라는 지적이 나온다.

9일 대학가에 따르면 교육부는 새 정부의 방침에 따라 국·공립대에 입학금 인하·폐지를 설득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방안을 제시했다. 한 국·공립대 관계자는 “수년간 등록금이 동결돼 대학도 여유가 없다 보니 정책을 따르는 대신 없어질 입학금을 보전할 대안이 필요했다”며 “교육부가 ‘입학금 면제는 사실상 장학금 지급과 같은 효과를 내니 그만큼 장학금 지급률 부담을 낮춰주겠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국·공립대들은 학생들에게 받은 입학금과 수업료로 교직원 인건비를 지불한다. 그러나 학생들이 낸 돈만으로는 인건비 충당이 불가능해 부족분은 정부가 예산 지원을 통해 보전해준다. 서울시는 서울시립대가 전면 폐지하는 입시전형료와 입학금 12억 원을 전액 보전해주기로 했다.

이에 따라 원칙대로라면 국·공립대의 입학금이 줄어든 만큼, 정부는 예산 추가지원을 통해 부족분을 보전해줘야 한다. 하지만 이번 폐지가 워낙 급작스레 이뤄지다 보니 예산에 반영되지 못했고, 올해 폐지분은 지원을 한다 해도 내년도 결산을 거쳐 2020년에나 실행 가능한 상황이다.

당장 국·공립대 재정에 구멍이 나게 되자 교육부는 고육지책으로 이들 대학의 장학금 지급 부담을 낮춰주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교육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와 국·공립대가 입학금 폐지라고 생색을 내지만 학생들 입장에선 윗돌을 빼서 아랫돌을 괴는 격”이라며 “줄어든 입학금을 예산으로 채워주는 것 역시 결국엔 신입생들이 낼 돈을 국민들이 나눠 부담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국공립대#장학금#입학금 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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