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별별과학백과]실험실에서 만든 고기, 진짜처럼 맛있을까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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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파서블 버거 고기에는 고기와 비슷한 식감을 내는 감자와 밀, 코코넛오일, 콩과 식물 뿌리가 사용된다. ⓒImpossible Food
임파서블 버거 고기에는 고기와 비슷한 식감을 내는 감자와 밀, 코코넛오일, 콩과 식물 뿌리가 사용된다. ⓒImpossible Food
풍부한 육즙과 부드러운 질감의 인공 고기

지난해 여름 미국 뉴욕에 식물 고기로 만든 햄버거가 등장했어요. ‘임파서블 버거’라는 이름의 이 햄버거는 패티와 치즈가 모두 100% 식물성 재료로 만들어졌는데 동물 고기로 만든 패티와 똑같이 생겼고, 육즙도 나와요. 그래서인지 햄버거를 맛보기 위해 수많은 사람이 줄 서서 기다릴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지요. 임파서블 버거를 맛본 사람들은 “진짜 동물 고기와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로 고기 맛이 난다”고 말했어요.

임파서블 버거는 채식주의자가 아닌 고기를 좋아하는 사람을 위한 음식이에요. 이 햄버거를 만든 ‘임파서블 푸드’라는 회사는 ”동물을 사용하지 않고도 얼마든지 맛있는 고기를 먹을 수 있다는 사실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답니다.

동물의 근육 세포를 실험실에서 배양해 만든 ‘배양 고기’도 있어요. 3월 15일 미국의 ‘멤피스 미트’라는 회사에서는 배양 닭고기와 오리고기로 만든 요리를 세계 최초로 선보였답니다. 이 회사는 지난해 2월 배양 쇠고기로 만든 미트볼 요리도 내놓았지요.

배양 고기는 2013년 네덜란드 마스트리흐트대 마크 포스트 교수가 처음으로 세상에 공개했어요. 실험용 접시에 동물에서 얻은 근육 줄기세포를 키우면 다양한 조직이 돼요. 이 조직들을 뭉쳐서 고기 덩어리를 만드는 거예요.

이렇게 만든 고기는 100% 근육으로만 이루어졌기 때문에 조금 퍽퍽해요. 그래서 지방세포를 배양하고 혼합해 부드러운 고기를 만들지요. 우리 몸에 좋지 않은 포화 지방산들을 오메가3 같은 좋은 지방산으로 바꾸기도 해요. 멤피스 미트에서도 닭과 오리에서 얻은 줄기세포를 이용해 같은 방법으로 배양 고기를 만들었답니다.

문제는 가격이에요. 포스트 교수가 배양 고기 패티 1장을 만드는 데 3억 원이 들었어요. 이번에 나온 배양 닭고기는 가격이 조금 내려가긴 했지만 450g에 약 1000만 원이나 들었지요. 멤피스 미트는 “가격을 점점 낮춰서 2021년에는 시장에서 소비자들이 직접 사 먹을 수 있게 만들겠다”고 말했어요.
 
햄프턴 크리크에서 인공 달걀로 만든 ‘저스트 쿠키’. ⓒHampton Creek
햄프턴 크리크에서 인공 달걀로 만든 ‘저스트 쿠키’. ⓒHampton Creek

○ 효모로 만든 인공 우유와 닭이 필요 없는 인공 달걀

미국의 ‘퍼펙트 데이’라는 회사는 인공 우유를 만들고 있어요. 이 인공 우유는 젖소가 아닌 ‘효모’가 만든답니다. 효모는 빵이나 맥주를 만드는 데 이용되는 유용한 미생물이에요.

연구팀은 효모의 염색체에 우유 단백질 유전자를 함께 넣었어요. 우유 단백질은 ‘카세인’이 80%, ‘훼이’가 20%를 차지해요. 이 두 단백질 유전자를 갖게 된 효모는 ‘발효’ 과정에서 우유 단백질을 만든답니다. 이 단백질에 식물성 지방과 비타민, 칼슘 같은 각종 영양분을 넣으면 마실 수 있는 우유가 되지요.

이 인공 우유는 진짜 우유와 거의 똑같은 맛과 질감을 내고, 우유의 영양분을 모두 포함하고 있어요. 우유와 달리 젖당이 없어서 우유를 먹으면 배가 아픈 사람도 걱정 없이 마실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요. 퍼펙트 데이는 내년에 인공 우유를 실제로 판매할 예정이에요. 이렇게 얻은 우유로 치즈 같은 유제품도 만들 계획이랍니다.

미국의 ‘햄프턴 크리크’라는 회사는 달걀과 똑같은 맛을 내는 인공 달걀을 개발했어요. 이 인공 달걀은 가루 형태여서 닭이 낳는 달걀과는 전혀 다른 모양이지만, 물에 녹이면 색상과 질감 등이 달걀과 똑같답니다.

연구팀은 달걀과 같은 식물 재료를 찾기 위해 4000개가 넘는 수많은 식물을 조사했어요. 식물의 표본과 분자 구조는 물론이고 식물의 단백질을 일일이 분석했지요. 그리고 결국 캐나다 대두(노랑 콩)에서 달걀과 비슷한 단백질을 찾아냈어요.

2013년 연구팀은 대두에서 단백질만 추출해 가루 형태로 만들었어요. 이 인공 달걀은 실제 달걀보다 50%나 저렴해요. 또 콜레스테롤이 없어서 알레르기나 고혈압 때문에 평소 달걀을 먹을 수 없었던 사람도 먹을 수 있답니다.

이후 햄프턴 크리크는 인공 달걀 제품에 물과 기름, 향을 내는 물질을 섞어 만든 마요네즈인 ‘저스트 마요’를 출시했어요. 2014년에는 수수에서 찾은 단백질을 이용해 달걀 없는 쿠키인 ‘저스트 쿠키’를 만들었지요. 올해 하반기에는 스크램블 에그를 만들 수 있는 ‘저스트 스크램블’도 선보일 예정이랍니다.
 

많은 양의 우유를 생산할 수 있게 개량된 젖소는 하루에 약 30∼35L의 우유를 생산한다. 이는 송아지가 필요로 하는 양의 10배가 넘는다. ⓒNamenlos.net(W)
많은 양의 우유를 생산할 수 있게 개량된 젖소는 하루에 약 30∼35L의 우유를 생산한다. 이는 송아지가 필요로 하는 양의 10배가 넘는다. ⓒNamenlos.net(W)

○ 사람과 동물 모두를 위한 인공 음식

우리나라에서는 한 해에 10억 마리 이상의 동물이 식용으로 희생되고 있어요. 이 동물들의 99%는 대규모의 축산 농장으로부터 와요. 축산 농장에서는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한 많은 고기를 생산해야 해서 매우 좁은 공간에 엄청나게 많은 동물을 기르고 있지요. 이를 ‘공장식 축산’이라고 해요.

예를 들어 알을 낳는 닭은 ‘배터리 케이지’라는 틀에 갇혀 살아요. 마리당 A4 종이 한 장의 크기도 안 되는 좁은 공간에서 날개도 제대로 펼치지 못한 채 평생 알만 낳는 거예요. 이런 환경에서 심한 스트레스를 받은 닭은 다른 닭을 부리로 쪼아 상처를 입히기도 해요.

돼지는 ‘스톨’이라는 틀에 갇혀 살아요. 몸집보다 작은 스톨에서 앉기와 일어서기만 할 뿐 몸을 돌릴 수도 없지요. 결국 운동 능력이 퇴화된 돼지는 3, 4년을 살다 도축장으로 가요. 밀폐된 공간에서 많은 수의 동물을 기르면 전염병도 빠른 속도로 퍼져요. 그래서 구제역과 조류인플루엔자가 발생하면 살아 있는 수십만 마리의 동물을 도살처분 해야 하지요. 실제로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우리나라에서 조류인플루엔자로 도살 처분된 닭과 오리는 모두 3314만 마리나 된답니다.

공장식 축산업은 환경오염에도 큰 문제가 돼요. 우리나라에서 해마다 발생하는 가축의 배설물은 4600만 t이 넘어요. 또, 공장식 축산업은 온실가스를 배출해요. 축산 부문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는 지구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14.5%에 이르거든요. 실제로 전 세계 15억 마리의 소가 방귀나 트림으로 해마다 1억 t이나 되는 양의 메탄가스를 배출한다고 해요.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온실가스 효과가 23배 이상 높은 물질이지요.

그렇다고 고기를 아예 먹지 않을 수는 없는 일이죠. 그래서 과학자들은 첨단 과학기술을 이용해 인공 음식을 만들고 있는 거랍니다.
 
오혜진 어린이과학동아 기자 hyegene@donga.com
#인공 달걀#인공 음식#임파서블 버거 고기#햄프턴 크리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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