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중… 휴가간 것 아냐” 트럼프, 골프장서 연일 트윗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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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 수리로 불가피한 휴가 강조
트럼프 “미팅과 전화통화가 있다”… 백악관도 “일하는 휴가” 지원사격
언론에선 “일정은 왜 숨기나” 비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4일 뉴저지주 베드민스터로 휴가를 떠나기 위해 백악관 남측 잔디 마당에서 전용 헬기에 오르기 전 손을 
흔들어 보이고 있다(위쪽 사진). 공사로 이달 20일까지 출입을 피해 달라는 경고판이 세워진 백악관 내부. 워싱턴=신화 뉴시스·댄
 스커비노 트위터 캡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4일 뉴저지주 베드민스터로 휴가를 떠나기 위해 백악관 남측 잔디 마당에서 전용 헬기에 오르기 전 손을 흔들어 보이고 있다(위쪽 사진). 공사로 이달 20일까지 출입을 피해 달라는 경고판이 세워진 백악관 내부. 워싱턴=신화 뉴시스·댄 스커비노 트위터 캡처
“휴가가 아니다. 미팅과 전화 통화가 있다!”

백악관을 떠나 4일(현지 시간)부터 자기 소유의 뉴저지주 골프장에 17일 동안 머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5일 자신의 트위터에 이런 글을 올렸다. 또 “백악관에서 예전부터 계획된 공사가 진행 중이어서 뉴저지 베드민스터(골프장 소재지)에서 일을 하고 있다”며 백악관에서 당분간 일하지 못하는 이유를 구구절절 설명했다.

2주 이상 백악관을 비우는 건 누가 봐도 휴가가 분명하지만 ‘휴가를 휴가라 부르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이는 과거 자신의 발언이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다. 2011년 8월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이 여름휴가를 떠나자 트럼프는 트위터에 “전날엔 골프를 치더니 이제는 10일 동안 쉬러 떠난다. 굉장한 프로정신이다”라고 적으며 휴가를 떠나는 대통령을 비꼬았다. 2012년에도 “왜 휴가를 가나? 일을 즐기지 못한다면 직업을 잘못 고른 것”이라고 비판을 되풀이했다. 과거 발언이 부메랑이 돼 돌아오는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몸만 백악관을 떠났을 뿐이라고 강조한다는 분석이다.

트럼프는 세간의 비판에 맞서 보란 듯 ‘폭풍 트윗’을 날리며 골프장에서도 여전히 업무 중이라고 항변하고 있다. 5, 6일 이틀간 10건 이상 트위터 글을 올렸다. 법무부 차원에서 정보유출 엄단에 나서겠다고 밝힌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에 대해 “행동을 취하는 모습을 보니 좋다”고 칭찬했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안 통과에 환영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6일엔 문재인 대통령과 통화했다는 사실을 트위터를 통해 공개했다.

트럼프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댄 스커비노 소셜미디어비서관 역시 자신의 트위터에 내부 공사로 분주한 백악관 사진을 다수 올리는 등 대통령이 ‘불가피한 휴가’를 떠났음을 강조하고 있다. 백악관도 트럼프 대통령이 중요한 안건에 대해서 계속 보고를 받고 있다며 지원 사격에 나섰다. 대변인실은 3일 “(백악관 공사로) 2주간 에어컨이 작동을 멈춘다. 에어컨 없는 백악관에 있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고 대통령을 변호했다.

현지 언론은 트럼프가 뉴저지에서 업무 중이라고 밝혔음에도 동선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며 비판했다. CNN의 마누 라주 기자는 6일 자신의 트위터에 “대통령의 ‘일 겸 휴가’ 일정에 대해 백악관이 풀 기자단에 관련 정보를 제공하기를 거부했다”고 지적했다.

현재까지 트럼프의 동선은 그의 트위터 글과 골프장에서 우연히 찍힌 동영상을 통해서만 파악되고 있다. 트럼프는 5일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문구가 수놓인 빨간 모자와 흰색 골프 티셔츠를 입고 나타나 결혼식 하객들과 함께 사진을 찍었다. 이 사실은 이들이 촬영한 개인 영상을 통해 알려졌다.

트럼프가 휴가지에서 칭찬한 미국 법무부의 기밀정보 유출 단속 방침에 대해선 언론인이 아닌 정부 내 유출자만 대상이라는 해명이 나왔다. 6일 로드 로즌스타인 법무부 부장관은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은 언론인이 아니라 정보 유출자를 찾아내려고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강조했다. 또 외부로 알려졌을 때 법적으로 문제가 되는 정보를 유출한 범죄자만을 색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출 단속에 대해 미 언론계와 시민사회에서는 언론 자유를 헌법에서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미국에서 최악의 언론 탄압이 벌어지고 있다는 식으로 거세게 비난해 왔다.

한기재 record@donga.com·이세형 기자
#트럼프#휴가#골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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