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음작업 24시간 생중계… 아이슬란드 ‘가수왕’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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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온 싱어송라이터 아우스게일

최근 경기 이천시에서 열린 ‘2017 지산 밸리록 뮤직 앤드아츠 페스티벌’에서 공연한 아이슬란드 가수 아우스게일. 지산 밸리록 뮤직앤드아츠 페스티벌 제공
최근 경기 이천시에서 열린 ‘2017 지산 밸리록 뮤직 앤드아츠 페스티벌’에서 공연한 아이슬란드 가수 아우스게일. 지산 밸리록 뮤직앤드아츠 페스티벌 제공
아이슬란드 출신 싱어송라이터 아우스게일(아우스게이르·25)은 본디 투창 선수였다.

그는 17세의 나이에 아이슬란드에서 창을 가장 멀리 던진 사람이 됐다. 그러나 운명이란 야속했다. 비극은 그가 자국 최고 기록을 세운 그해에 찾아왔다. “반복된 도움닫기 동작 탓에 허리에 무리가 와 더 이상 창을 던질 수 없다는 진단을 받았어요.”(아우스게일)

그리고 전향. 그는 어려서부터 즐기던 작곡에 몰두해 보기로 했다. 2012년 그는 약관의 나이로 다시 아이슬란드 정상에 섰다. 아이슬란드 음반 차트 1위. 전자음악과 모던 포크를 환상적으로 조화시킨 데뷔 앨범 ‘침묵 속의 영광(Dyrd ´i dauðathogn)’은 2014년 영어로 번안 발표돼 세계 평단의 주목과 찬사를 받아냈다.

“운동선수 생활이 음악하는 데 도움이 됐어요. 고단한 훈련 경험이 작곡, 연주, 가창 연습에 임할 때 마음가짐을 더 굳게 해줬거든요.”

최근 경기 이천 지산 밸리록 뮤직앤드아츠 페스티벌에서 만난 아우스게일은 “2집을 만들며 소퍼모어 징크스(후속편에 겪는 부진)에 대한 압박에 시달렸다”면서 “1년간 수백 곡을 작곡한 다음에야 가닥이 보이기 시작했고 썼던 노래의 95%를 던져버리고 다시는 듣지 않았다”고 했다.

최근 낸 2집 ‘Afterglow’의 노랫말에 그는 아이슬란드의 신비로운 풍광을 많이 그려냈다. 그의 고향은 인구 47명의 작은 마을 라우가르바키. “올빼미가 많이 사는 곳이에요. 여길 보세요. 늘 고향과 연결된 느낌을 받기 위해 이런 문신도 했죠.” 그가 들어 보인 왼팔의 안쪽엔 너바나의 ‘In Utero’ 표지 그림, 바깥쪽엔 올빼미가 새겨져 있었다.

지난달 아이슬란드 국영방송(R´UV)은 아우스게일의 스튜디오 작업 모습을 무려 24시간 생중계했다. “24시간 동안 64곡을 녹음해 32장의 LP레코드로 만드는 과정을 국민들이 실시간으로 지켜봤어요. 시청률이 꽤 높았죠.” 지구에 단 32장만 존재하는 이 LP들은 향후 세계 주요 도시에 보물찾기 방식으로 무료 배포된다. “저도 갖고 있지 않으니 대단한 희귀앨범이죠. 소셜미디어에 LP를 숨긴 장소에 대한 힌트를 남길 거예요. 제일 먼저 찾는 사람이 임자예요.”

이제 그는 창 대신 음반을 던지는 사람이다.

이천=임희윤 기자 imi@donga.com
#아우스게일#dyrd ´i dauðathogn#지산 밸리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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