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전방위 압박에 떠밀려 찬성한 中 ‘떨떠름’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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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리, 고강도 대북제재 채택]“6자회담 재개 위한 제재이기도”
北 의식해 평화적 해결 모색 강조

“원 먼스(한 달), 원 빌리언(10억 달러)….”

5일(현지 시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강력한 새 대북 제재 결의를 만장일치로 채택하자 유엔 외교가에서 이런 반응이 나왔다. 지난달 4일 북한이 1차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을 발사한 지 33일 만에 10억 달러 규모의 북한 수출을 차단하는 제재 결의가 나왔기 때문이다.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이날 웃는 얼굴로 각국 대사들에게 직접 감사 인사를 건넸지만 한 달 전만 해도 얼굴을 펴지 못했다. 북한의 1차 ICBM급 미사일 도발 이튿날인 지난달 5일 안보리 긴급회의가 소집됐으나 중국과 러시아가 꿈쩍도 하지 않았던 것. 미국은 북한의 자금과 생명줄을 죄는 강력한 대북 제재 초안을 중국에 건넸지만, 반응은 오지 않았다.


교착 상태의 협상에 불씨를 다시 댕긴 건 지난달 28일 북한의 2차 ICBM급 미사일 발사였다. 유엔의 한 외교 소식통은 “통상과 안보를 연계하지 않았던 역대 미 행정부와 달리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무역보복 등의 경제 제재와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 등을 언급하며 중국을 강하게 밀어붙였다”고 말했다. 미국은 중국의 협조를 이끌어내기 위해 통상 보복 카드도 잠시 접었다.

중국 관영 매체들은 제재 결의 통과 소식을 신속하게 전하면서도 별도의 평가를 내놓지 않았다. 무역전쟁과 대북 공격 가능성으로 중국을 압박한 ‘미국판 벼랑 끝 전술’에 밀려 안보리 대북 제재에 합의했지만 제재 대상이 대부분 북-중 무역의 주요 핵심 품목이라는 점에서 신중한 태도를 보인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의 제재가 철저하게 이행된다면 북한과의 관계 악화는 물론 북-중 무역 관련 중국 기업들의 직접적인 피해를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다.

런민왕(人民網)에 따르면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이날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기자들에게 “(제재 결의는)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을 저지하기 위한 대응이지만 6자회담을 다시 시작해 평화적인 방식으로 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며 “두 가지 다 소홀히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제재를 강조하면서도 북한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양면성을 드러낸 발언이다. 해외를 대상으로 하는 신화통신 등 관영 매체들의 영문판은 “북한에 대한 규탄과 핵미사일 프로그램 포기 촉구라는 분명한 메시지를 북한에 던졌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중국이 올해 상반기 북한에서 수입한 석탄은 2억2063만 달러, 철광석과 납 1억3733만 달러, 수산물 8980만 달러에 달한다. 북한의 대중 수출 품목 2∼4위다.

베이징=윤완준 zeitung@donga.com / 뉴욕=박용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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