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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거리의 시민들, 정부에 유쾌한 한 방을 날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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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거리의 시민들, 정부에 유쾌한 한 방을 날리다

김정은기자 입력 2017-08-05 03:00수정 2017-08-0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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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 민주주의: 시위와 조롱의 힘/스티브 크로셔 지음·문혜림 옮김/184쪽·1만9800원·산지니

태국 정부, 시민들에 ‘행복’ 명령하자 책 읽으며 빵 먹는 시위 일어나… 비폭력적으로 저항의 뜻 표현한 것
세계의 거리 집회 현장을 통해 억압에 맞선 시민들의 행동 전해
2014년 6월 군사 쿠데타가 일어난 직후 태국에서는 공공장소에서 샌드위치를 먹거나 ‘1984’류의 책 읽기가 금지됐다. ⓒYostorn Triyos
‘불온한 샌드위치.’

2014년 태국 군사 쿠데타 발생 후 태국 시민들에게 내려진 명령은 ‘행복’이었다. 행복하지 않은 사람은 ‘태도 교정’이라는 명목하에 군부로 끌려갔다. 태국 시민들이 택한 저항의 방법은 길가에서 조지 오웰의 소설 ‘1984’ 같은 책을 읽으며 샌드위치를 먹는 것. 군사정권에 조심스럽지만 ‘난 행복하지 않다’는 뜻을 분명히 밝히는 시위였다. 군부정권은 ‘민주주의 도시락’이라 불린 이 저항운동을 위험활동으로 규정했고, 결국 길가에서 샌드위치를 먹는 시민들을 체포하며 대응했다. 오웰의 ‘1984’는 금서로 지정됐다. 불과 3년 전 이야기다.

언론인 출신이자 국제앰네스티 사무국장, 인권활동가로 활동 중인 저자가 태국의 ‘민주주의 도시락’ 같은 저항운동을 비롯해 중국, 미국, 유럽, 중동 등 세계 곳곳에서 벌어진 다양한 거리 집회 현장을 7가지 주제로 엮었다.

책의 강점은 각 시위 현장마다 최대 세 페이지를 넘기지 않는 범위 안에서 짧지만 빠른 호흡의 문장으로 메시지를 강렬하게 전달한다는 점이다. ‘독재 정권의 속임수는 대중이 계몽되자마자 그 힘을 잃게 된다’는 것. 책은 칼과 총을 앞세운 독재 군사정권에 맞서 유쾌한 비폭력 시위를 무기로 자유를 갈망한 평범한 시민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고압적인 1차원적 수단으로 명분 없는 싸움에 나선 ‘하수’(독재정권)를 이긴 ‘고수’(시민)들의 승리 전략서 같은 느낌이랄까. 특히 각 시위 현장의 상징적 모습을 담은 79개 사진을 수록해 ‘사회의 변화를 요구하는 창의적 행동’의 양상을 생생하게 전한다. 정치사회 서적과 에세이집의 경계에 선 듯한 묘한 매력을 풍기는 이유다.

2010년 7월 15일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에서 열린 ‘베개싸움 축제’. 600년 전 동유럽을 침입한 독일군을 막아낸 그룬발트 전투를 기념해 청년 400여 명이 거리에서 베개싸움을 벌였다. 경찰은 “국가 안보를 위협했다”며 이들을 강제 해산시키고 참가자 50여 명을 체포했다. ⓒSergei Grits 산지니 제공
시민들이 독재자를 향해 날린 조롱으로 반전의 승리를 거둔 사례도 흥미롭다. 독재자들은 절대적인 박수갈채를 갈망하고 요구한다. TV 뉴스로 전해지는 북한 뉴스만 봐도 그렇다. 김일성, 김정일에 이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등장하면 북한 군부나 주민들이 다소 기계적인 열화와 같은 박수를 쏟아내는 장면은 우리 국민들에게도 익숙할 정도다.

저자가 목격한 2011년 옛 벨라루스 소비에트 공화국은 그 원칙이 반대로 적용된 대표적 사례다. 정부 당국은 대통령에게 박수갈채를 보내는 시민들을 ‘폭력행위자’로 규정하고 마구잡이식 체포를 자행했다. 왜일까. ‘유럽의 마지막 독재자’로 불린 알렉산드르 루카셴코가 박수를 받을 만한 타당한 이유는 없었기 때문이다. 시민들은 독재정권에 폭력이 아닌 조롱을 택했고 승기를 잡았다. 이 외에도 △독재 권력의 부당함을 예술행위로 표현한 각국의 예술가들 △2010년 미얀마 아웅산 수지의 가택연금 해제 당시 정부의 검열을 피해 묘수를 꾀 낸 미얀마 언론 △홍콩의 우산혁명 △튀니지의 재스민혁명 등 다양한 사례들이 독자의 흥미를 돋운다.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거리 민주주의#스티브 크로셔#태국 군사 쿠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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