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난 名문장]적응과 이해를 위한 연습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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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모 미술비평가
정준모 미술비평가
《세상이 우리가 적응하는 속도보다 빠르게 변하고 사건들이 우리가 이해하는 속도보다 빠르게 발생한다면 나쁜 일은 당연히 생기게 마련이다.

― 조너선 색스 ‘차이의 존중’에서·번역 임재서》
 

세상은 변하고 있다. 이런 변화를 따라가느라 버거운 삶들은 더운 날씨와 높은 습도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그렇다고 그 변화를 잠시 쉬게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나와 상관없이 돌아가는 시곗바늘처럼 세상의 모든 것은 변화하고 나 또한 변화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자신의 변화를 감지하는 능력은 떨어지는 반면 주변의 변화에는 상당히 민감하게 반응한다. 인간의 이기적인 자기중심적 생각 때문이다.

이러한 변화는 국가도 마찬가지이다. 흔히 대한민국을 ‘원조를 받는 나라에서 원조를 주는 나라’라고 자부심을 실어 말하지만 오늘날 여러 사회 현상들을 보면 소위 우리나라의 ‘압축성장’이라는 변화에 과연 국민들이 적응을 하고 있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든다. 사실 압축성장은 경제성장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을지 모르지만 오늘날의 사회적 분열의 시초이기도 하다. 이런 불균형은 경제뿐만 아니라 문화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적응하고 이해하지 못하면 ‘따라가기’ 마련이다. 그래서 영화 한 편을 국민의 4분의 1이 넘는 1000만 관객이 보는 일이 생겨나고, 어떤 사안에 수만의 관중이 거리로 뛰쳐나와도 이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 적응하고 이해하기보다는 따라가는 것이 우선 마음이 편하다. 내가 결정한 것이 아니라 남의 결정을 따랐을 뿐이니 내 책임이 아니라고 자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변화는 적응의 대상이지만 주도의 대상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우리는 주도하기보다는 적응하는 일, 따라가는 일에 익숙했지만 4차 산업혁명이라는 신조어와 상관없이 다가올 새로운 세상을 살아내기 위해서는 적응하고 이해하는 방법을 습득해야 한다. 수많은 변화들이 밀물처럼 쏟아져 들어오는데 적응하고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병이 있으면 처방이 있듯 적응과 이해를 도와주고 연습을 할 수 있는 것은 사실 난해하다고 외면하는 현대미술이다.

현대미술은 사실 우리의 상상력 위에 있으며 생각의 밖에 존재한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도대체 알 수가 없다고 투덜댄다. 하지만 현대미술은 새로운 환경과 조건을 관객들에게 제시해 주고 이를 두려워하지 않도록 훈련을 할 기회를 준다. 변화에 적응하라고 하지만 말이 쉽지 실제론 매우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포기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현대미술과 미술관은 이런 낯선 새로움에 적응하고, 변화를 이해하는 연습장이다.

정준모 미술비평가
#조너선 색스#차이의 존중#적응#현대미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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