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갑질 드러난 박찬주 사령관, 직권남용-가혹행위 혐의 적용”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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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관병 갑질’ 중간 감사결과 발표]호출기 착용-칼로 도마 내리치기 등… 일부 표현 과장 있지만 대부분 사실
자살시도 등은 추가조사 필요… 육군 공관병 100명 전수조사 착수
인권센터, 협박-감금-폭행 혐의 추가… 국방부 검찰단-서울지검에 고발

국방부가 4일 발표한 박찬주 육군 제2작전사령관 부부의 갑질 의혹 중간 감사 결과를 보면 군인권센터가 제기한 의혹들이 상당 부분 사실이었다. 폭로 과정에서 일부 표현이 과장된 대목이 있지만 큰 줄기는 대부분 맞다는 것. 박 사령관 부부는 “일부는 사실이 아닌 데다 많은 부분이 심하게 과장됐다”며 억울함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2일부터 사흘간 전·현직 공관병 6명과 부사관 2명, 육군참모차장 시절 부관 1명, 박 사령관 및 부인 전모 씨 등 총 11명을 조사했다. 육군은 이날부터 90곳에 근무 중인 공관병 100여 명 전체를 대상으로 인권 침해 여부 등 운영 실태 전수 조사에 착수했다.

주요 쟁점 가운데 ‘전자 팔찌’ 논란을 낳았던 손목시계 형태의 호출기를 착용시킨 것은 사실로 드러났다. 박 사령관은 7군단장으로 부임한 2013년부터 육군참모차장을 지낸 2015년 9월까지 이 호출기를 공관병에게 착용토록 했다. 박 사령관은 이미 호출기가 있어 사용한 것이지 따로 구매한 건 아니라고 진술했다. 군 관계자는 “공관병 1명에게만 착용시킨 뒤 공관 내 3곳에 설치된 ‘호출벨’을 작동시켜 공관병을 부를 때 썼다고 한다”고 전했다. 다만 박 사령관 측은 2작전사령부 공관에서는 이 호출기를 벽에 걸어놓고 썼을 뿐 손목에 채우진 않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인 전 씨가 칼로 도마를 내리치며 공관병을 질책한 것도 사실이었다. 그러나 박 사령관 측은 “칼을 휘두르진 않았다”고 반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관 내에 골프장을 마련해 골프공을 줍게 했다거나 공군 병사인 아들이 부대에 복귀할 때 운전 부사관에게 운전을 시킨 일 등도 사실로 밝혀졌다.

박 사령관 아들이 휴가를 나올 때 옷 빨래를 시켰다는 의혹에 대해 박 사령관 측은 “세탁기를 따로 돌릴 수 없어 사령관 빨래를 하는 김에 아들 것도 함께 돌린 것”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국방부는 전·현직 공관병들이 “빨래를 시켰다”며 일치된 진술을 하고 있는 만큼 사실로 판단했다. 전을 집어던진 것, 부모를 언급하며 질책한 것 역시 박 사령관 측은 부인했지만 국방부는 사실이라고 봤다. 육군참모차장 시절 공관병이 자살을 시도한 것을 두고 당시 부관은 “부인의 행위로 스트레스가 심해 자살을 시도한 것”이라고 진술한 반면 박 사령관 측은 “해당 병사의 ‘개인적인 요인’이 더 컸다”고 주장했다. 공관병들을 일반전방초소(GOP)로 ‘유배’ 보냈다는 의혹에 대해선 “공관병들도 최전방 지역을 경험해봐야 친구들에게 할 얘기가 있을 거라 생각해서 보낸 것”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사령관이 공관병들에게 “내 아내는 여단장급이니 예의를 갖춰라”고 호통쳤다는 주장에 대해선 공관병들과 부부 모두 “그런 기억이 없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어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군 당국은 덧붙였다.

군 검찰은 4일 박 사령관을 피의자로 신분을 전환해 공식 수사를 시작했다. 민간인인 부인 전 씨는 참고인 신분으로 수사 중이지만 필요하면 민간 검찰에 수사를 의뢰할 예정이다. 군은 박 사령관에 대해 우선 직권남용, 가혹행위 혐의를 적용했다. 그러나 이날 군인권센터가 협박, 감금, 폭행, 강요 등의 혐의를 더해 이들 부부를 국방부 검찰단과 서울중앙지검에 각각 고발함에 따라 적용 혐의는 더 늘어날 수도 있다. 군법무관 출신인 김정민 변호사는 “군인이 직권을 남용해 가혹행위를 하고, 그 행위에 민간인이 동참했다면 해당 민간인도 군형법을 적용해 공범으로 처벌 가능하다”고 말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윤상호 군사전문기자
#박찬주 사령관#갑질#공관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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