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로 끝날 ‘편의점 아래 편의점’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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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송도해수욕장 인근 건물, 22년간 운영 점포 밑에 새 점포
“상도덕 어긋나” 논란 불거지자 7월 문연 매장 폐점하기로
가맹점주 거부땐 강제 못해

3일 부산 서구 송도해수욕장 인근 상가 건물. 1층에는 GS편의점이, 반지하층에는 지난달 중순 입점한 세븐일레븐이 보인다. 7년째
 GS25를 운영해온 가맹점주는 세븐일레븐을 비난하는 현수막을 내걸었다가 사회적 논란이 커지자 이를 떼어냈다. 부산=박경모 기자 
momo@donga.com
3일 부산 서구 송도해수욕장 인근 상가 건물. 1층에는 GS편의점이, 반지하층에는 지난달 중순 입점한 세븐일레븐이 보인다. 7년째 GS25를 운영해온 가맹점주는 세븐일레븐을 비난하는 현수막을 내걸었다가 사회적 논란이 커지자 이를 떼어냈다. 부산=박경모 기자 momo@donga.com
“상도덕, 법 규정도 무시하는 건물주 횡포. 세입자 생계 막는 세븐일레븐 갑질 중단하라!”

최근 부산 서구 송도해수욕장 인근의 한 건물에 이런 현수막이 걸렸다. GS25와 세븐일레븐 편의점이 아래위층으로 나란히 자리한 건물 사진은 단연 화제가 됐다.

현수막을 건 사람은 건물 1층에서 GS25 편의점을 7년간 운영한 허모 씨. 지난달 중순 같은 건물 지하 1층(외부와 직접 연결되는 반지하층)에 갑자기 세븐일레븐이 들어선 데 대한 항의 표시였다. 해변 쪽으로 입구가 난 세븐일레븐은 반대편 도로 쪽으로 통하는 GS25보다 손님이 들어오기 더 쉽다.

이 건물 GS25는 GS리테일 본사가 1995년부터 임차하고 있는 매장이다. 본사가 건물주에게 임차료를 내고 가맹점주에게는 점포 영업권을 준 위탁 가맹점이다. 허 씨는 2010년부터 2년 단위로 재계약하면서 점포를 운영해 왔다.


해당 건물은 층마다 주인이 다른 복잡한 소유 구조로 이뤄져 있다. 창고로 쓰이던 지하 1층을 지난해 말 사들인 A 씨는 편의점 입주를 원했다. 그는 위층 허 씨에게 GS25 이전을 제안했다가 거절당하자 다른 편의점 업체들과 가맹점 계약을 시도했다. 6개월간 공실로 두었던 A 씨는 결국 직접 세븐일레븐 가맹점 계약을 맺고 지난달 중순 점포 문을 열었다. 편의점 공사는 짧으면 이틀, 길어도 2주일이면 충분해 허 씨로서는 손 쓸 틈이 없었다. 허 씨는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며 본사 측에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에서는 세븐일레븐이 가맹점 계약을 맺기 전 이 같은 논란을 예상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수욕장 옆이어서 여름 성수기 매출액이 높다 하더라도 일반적인 상도덕(商道德)에는 어긋나는 선택이기 때문이다.

논란이 커지자 세븐일레븐은 해당 매장을 폐점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가맹점주 A 씨와 논의하고 있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가맹점주가 피해를 보지 않는 조치를 취한 후 폐점하도록 할 예정”이라고 했다. 결국 개점 한 달 만에 새 점포를 없애기로 하면서 불필요한 논란을 자초한 셈이 됐다. 물론 A 씨가 끝까지 거부할 경우 세븐일레븐이 폐점을 강제할 수는 없다. 허 씨는 현재 현수막을 떼고 정상 영업을 하고 있지만 점포에는 나오지 않고 있다.

편의점 근접 출점은 전국 곳곳에서 문제가 되고 있다. 경기 양주시에는 CU 편의점에서 10m 떨어진 곳에 GS25 매장이 들어설 예정이다. 서울 중구 무교동에 있는 한 건물에도 세븐일레븐 매장과 GS25 매장 두 곳이 나란히 들어서 경쟁하고 있다.

2012년 공정거래위원회는 모범거래기준안을 통해 편의점의 도보거리 250m 이내 출점을 금지했지만 2014년 이를 백지화했다. 편의점 업체들은 자사 브랜드 간에는 최소 거리를 지키고 있지만 다른 브랜드 편의점과 인접한 곳에는 스스럼없이 출점을 강행하고 있다.

특히 최근 편의점 가맹점이 급속히 늘어나면서 이런 문제가 도드라지고 있다. 한국편의점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편의점은 총 3만2611곳이다. 편의점 1곳당 인구 수는 2010년 3000명 수준에서 지난해 1700명 선으로 떨어졌다.

오세조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편의점 업체가 무리한 출점을 하면 가맹점주들은 고사할 수밖에 없다”며 “인위적인 출점 제한도 부작용을 낳는 만큼 편의점 본사가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어떻게 경쟁력을 확보할지 자율적으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은서 clue@donga.com·강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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