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R 경영의 지혜]패스트 패션 성공 비결은 ‘순차적 상품구성’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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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적으로 패션 업계는 봄·여름, 가을·겨울 시즌으로 나눠 연 2회 새로운 라인업을 선보여 왔다. 그러나 지난 수년간 이른바 ‘패스트 패션’ 모델이 급성장하면서 이 같은 전통적인 방식이 깨지기 시작했다. 패스트 패션형 비즈니스 모델은 종전보다 상품 회전율이 훨씬 빠르기 때문에 소비자 입장에서는 서둘러 구입해야 한다는 긴박감을 느낄 가능성이 높다.

예컨대 한 패스트 패션 브랜드가 3월에 샌들을 판매하기 시작한다면, 소비자들은 이 브랜드가 한 달 후 또 다른 디자인의 샌들을 내놓을 것을 이미 알고 있다. 하지만 어떤 디자인이 나올지는 모르기 때문에 3월에도 샌들을 산다. 그리고 4월에 나온 ‘신상’ 샌들 역시 디자인이 마음에 든다면 추가로 구입을 하게 된다. 즉, 3월에는 그 다음 달에 새로 나올 디자인을 알 수 없다는 불확실성이 한 켤레만 사도 될 샌들을 두 켤레 사게 만든다는 논리다. 이처럼 모든 상품을 한꺼번에 진열대에 올리지 않고 조금씩 나누어 계속해서 올리는 방법을 ‘순차적 상품 구성’ 전략이라고 한다. 이러한 전략은 접시에 한 종류의 초밥을 계속 얹어 놓는 회전초밥집에 빗대 설명할 수도 있다. 회전하는 테이블에서 하나씩 초밥을 집은 손님은 일반 메뉴를 주문하는 손님보다 더 많은 양을 먹게 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기업들이 언제, 어떻게 이 전략을 활용하는 것이 효과적일까. 최근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코리아에 소개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순차적 상품 구성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른바 ‘숨김의 가치(value of concealment)’는 상품과 고객의 유형에 따라 큰 차이를 나타냈다. 의류, 신발, 액세서리, 어린이용 장난감 등의 카테고리에서는 단시간 내에 추가로 상품을 구매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숨기기 전략이 판매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가전제품이나 자동차를 비롯한 고가 품목에서는 구매 증가로 이어지지 않을 확률이 더 높고 오히려 악영향만 미칠 수 있다. 신형 모델의 출시를 기대하는 소비자가 구매를 늦추거나 포기하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또 조목조목 따지기보다 일단 지르고 보는 단기 충동적 성향의 쇼핑객, 그리고 신중에 신중을 기하다가 아예 구매를 포기하기도 하는 전략적인 쇼핑객을 구분해 접근해야 한다고 말한다.

장재웅 기자 jwoong04@donga.com
#hbr#경영#패스트 패션#순차적 상품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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