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한 유인원 vs 퇴화한 인간… 승자는 누구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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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 영화 ‘혹성탈출: 종의 전쟁’

‘혹성탈출: 종의 전쟁’은 거창한 메시지보다는 시저의 내면과 갈등에 집중한다.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혹성탈출: 종의 전쟁’은 거창한 메시지보다는 시저의 내면과 갈등에 집중한다.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가족을 잃고 분노와 슬픔에 차오른 눈빛, 결정적인 순간 복수 대신 동정심을 내비치는 모습…. 15년 전, 인간의 과학 실험 실패로 탄생한 유인원은 갈수록 진화한다. 반면 인간은 전 세계로 퍼진 치명적 바이러스 탓에 고유의 능력인 사고하는 법과 말하는 법을 잊어버린다. 진화와 퇴화, 그 중간 지점에서 부딪치는 두 집단은 ‘끝까지 누가 살아남는가’를 두고 치열하게 싸운다.

15일 개봉하는 영화 ‘혹성탈출: 종의 전쟁’ 얘기다. 2011년 시리즈의 1편인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에서는 인간의 실험으로 탄생한 지능적 유인원들이 인간을 역습하는 모습을 그렸고, 이를 통해 과학만능주의와 인간의 오만함을 경고했다. 이어 2편 ‘혹성탈출: 반격의 서막’(2014년)에서는 그로 인한 인간 대 유인원의 비극적인 전쟁을 그렸고, 이번 영화는 그로부터 2년이 흐른 시점을 담았다.

역시 중심엔 유인원 무리의 리더 시저가 있다. 그는 살육전이 펼쳐지는 전쟁 중에도 인간을 신뢰하고 평화를 믿었지만 이번에는 그 믿음이 처절하게 무너진다. 시저는 “우리를 그냥 두면 더 이상의 전쟁은 없다”고 포효하지만 인정사정없는 인간 군대의 습격으로 가족과 동료를 잃는다. 인간과의 평화로운 공존 따윈 애초에 불가능하다는 걸 직시해 간다.

이전 영화들보다 시저의 내적 갈등이 비중 있게 다뤄진다. 하지만 시저의 내면이 어두워질수록 영화를 지탱하던 메시지도 덩달아 약해지는 느낌이다. 그간 인간과 유인원, 두 종족의 갈등을 통해 서로 다른 두 집단의 공존이 가능한가 하는 묵직한 질문을 던졌다면, 이번엔 사랑하는 이들을 잃은 시저 개인의 복수전 같은 느낌마저 든다.

화려한 컴퓨터그래픽(CG)은 돋보인다. ‘반지의 제왕’ 시리즈의 골룸, ‘킹콩’의 킹콩 같은 캐릭터들을 소화하며 섬세한 연기력으로 호평을 받은 배우 앤디 서키스가 1, 2편에 이어 시저 역을 맡았다. 제작진은 유인원을 제대로 표현하기 위해 고릴라와 침팬지, 오랑우탄에 대한 자료를 연구했다. 베테랑 배우들까지 참여한 ‘유인원 캠프’를 열었을 정도. 여기에 한 단계 진화한 모션 캡처 기술 덕에 유인원들의 털 한 오라기까지 세밀하게 살려냈다. 12세 이상 관람가. ★★★(★ 5개 만점)

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
#혹성탈출#유인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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