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불볕더위-강한 자외선이 툭하면 ‘오존주의보’ 부른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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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존주의보 발령 역대 최악… 왜?
작년 폭염 기승 부렸던 수도권… 발령 횟수, 전년대비 8배로
주유소-세탁소는 기온 낮을때 가고 TV-공기청정기도 사용후 환기를

인천 서구 국립환경과학원 대기질예보통합센터 직원이 지난달 28일 센터 상황실에서 전국 오존 지도를 가리키며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이날 소백산맥 동쪽 경남지역의 오존 농도가 높게 나타났다. 인천=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인천 서구 국립환경과학원 대기질예보통합센터 직원이 지난달 28일 센터 상황실에서 전국 오존 지도를 가리키며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이날 소백산맥 동쪽 경남지역의 오존 농도가 높게 나타났다. 인천=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겨울과 봄이 미세먼지의 계절이었다면 늦봄부터 초가을까지는 불청객 ‘오존’의 시즌이다. 오존의 위협 빈도는 점점 늘고 있다. 1995년 1회에 불과했던 오존주의보 발령 횟수는 지난해 241회까지 올랐다.

이런 큰 차이는 20여 년 새 측정소가 늘면서 주의보 발령 대상 지역도 덩달아 증가한 탓이 크다. 하지만 2010∼2016년 서울 25개 측정소 발령 횟수만 비교해 봐도 21회에서 33회로 늘었다. 올해 오존주의보 발령 횟수는 7월까지 230회로 이미 역대 최악이었던 지난해 수준에 바짝 다가서 8월 중 지난해 횟수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오존은 황산화물 일산화탄소 이산화질소 미세먼지 등과 함께 대기환경기준으로 관리되는 물질이다. 그런데 오존처럼 꾸준히 수치가 오르고 있는 물질은 없다. 왜 유독 오존의 상황만 악화되고 있을까.

○ 오존 끌어올리는 ‘양대 적폐세력’

지난해 5월 2일∼6월 12일 환경부와 미국항공우주국(NASA·나사)이 진행한 ‘한미협력 대기질 연구(코러스-AQ)’는 휘발성 유기화합물(VOCs)이 한국의 오존 발생량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라고 밝혔다. 오존은 질소산화물(NOx)과 휘발성 유기화합물이 햇빛에 의해 광화학 반응을 일으켜 만들어지는데, 한국은 차량 밀도가 높아 배기가스에 의한 질소산화물은 포화 상태이고 따라서 휘발성 유기화합물 배출량이 오존 생성량 변수로 작용했다.

한국 VOCs 배출량은 다소 증가하는 추세다. 2010년 86만6358t에서 2013년 101만5059t, 2014년 99만2256t으로 늘었다. VOCs는 휘발유, 액화석유가스(LPG) 등의 연료와 톨루엔, 벤젠 등 산업현장·생활에서 쓰는 용제(溶劑) 등에 많이 들어 있는 탄화수소계 화합물이다. 80% 이상이 페인트 등 유기용제 사용과 관련 생산 공정 중 배출된다. 사실 삼림욕할 때 들이마시는 피톤치드도 VOCs의 일종이다. 이렇게 식물에서 나오는 VOCs를 자연 휘발성 유기화합물(BVOCs)이라 하는데 한국 국토 면적의 64%가 산림지역이기 때문에 BVOCs가 전체 VOCs의 90%를 차지한다. 산림이 오존에 미치는 영향도 적지 않다는 뜻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날씨 영향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오존은 기온 25도 이상, 상대습도 75% 이하, 풍속 초속 4m 이하의 맑고 건조한 날씨 조건이 맞으면 급격히 늘어난다. 최근 기후 온난화의 영향으로 이런 조건의 날씨가 늘고 있다. 유철 환경부 대기환경정책과 연구사는 “최근 몇 년간 고온 현상이 이어졌고 자외선 지수도 오르면서 오존이 잘 생성되는 조건이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실제 같은 기간이라도 날씨에 따라 지역별 오존 생성량은 천차만별이다. 역대 최다를 기록했던 지난해 수도권의 주의보 발령 횟수는 2015년 대비 최대 8배(서울 4회→33회)로 증가한 반면 영남 등 일부 지역은 오히려 횟수가 줄었다.

○ 주유소·세탁소는 아침에

오존은 미세먼지와 달리 몸에 쌓이는 물질이 아니다. 그 순간의 자극이 위해하기 때문에 농도가 높은 날 외출을 피해야 한다. 특히 광화학 반응이 활발한 오후 2∼5시는 특히 조심해야 한다. 입자상 물질인 미세먼지와 달리 오존은 가스상 물질이라 마스크를 쓴다고 막을 수 없다.

더운 날에는 가급적 스프레이, 시너, 페인트를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모두 VOCs를 잔뜩 함유한 제품이다. 주유소나 세탁소 주변에도 오래 머물지 않는 게 좋다. 유류나 유기용제 증기가 가득한 곳이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다면 기온이 낮은 아침이나 저녁에 이용하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외출하지 않았다고 안심할 일은 아니다. 실내에도 오존을 발생시키는 배출원이 있기 때문이다. 주요 실내 오존 발생원은 레이저 프린터, 복사기, 오존 살균세탁기, 오존 과일세척기 등이다.

사실 오존은 강한 산화력으로 우수한 살균, 탈취, 탈색 기능을 가진 물질이다. 일상생활뿐 아니라 정수장, 병원 등 여러 실내 공간에서 사용된다. 일부 공기청정기와 TV도 오존을 발생시킨다. 이런 제품들 중에는 자체 오존 분해 장치를 설치한 것도 있지만 별도 장치가 없는 제품도 많다. 따라서 해당 제품을 사용할 때와 사용한 후에는 반드시 환기를 해야 한다. 오존은 특유의 비릿한 냄새를 갖고 있기 때문에 알아채기 어렵지 않다.

오존을 피하기만 할 게 아니라 오존 저감에 적극 동참하는 것도 필요하다. NOx와 VOCs는 모두 자동차 배기가스에서 배출되므로 가급적 걷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된다. 자동차를 몰게 됐다면 공회전을 자제하고 급출발이나 급제동을 하지 않는다. 평소 에너지를 절약하는 것도 전기 생산을 감소시켜 오존을 줄이는 길이다. 페인트 작업을 할 때는 유기용제가 들어가지 않은 수성페인트를 사용하고, 스프레이보다는 붓이나 롤러를 사용해야 VOCs 배출을 줄일 수 있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양길성 인턴기자 서강대 사회학과 졸업
#오존#오존주의보#고온 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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