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R 경영의 지혜]인구밀도 높을수록 퇴직연금 가입률 높아져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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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 추세가 앞으로 나라를 어렵게 하진 않을까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저출산은 이미 인구밀도가 지나치게 높아진 데 따른 반작용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미시간대와 애리조나주립대가 연구해 경영학 저널인 하버드비즈니스리뷰코리아에 최근 발표한 내용이다.

이들 연구진에 따르면 인구밀도가 높아질수록 사람들은 미래에 대해 더 많이 고민하게 된다. 결혼과 출산 시기는 늦어지는 반면 유치원 취학률과 대학 진학률은 올라간다. 사람이 많아져서 자원 확보를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면 자신과 자녀가 성공하기 위한 장기적 투자를 늘려야겠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눈앞의 이익보다는 먼 미래의 이익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향을 보인다.

연구진은 우선 미국의 50개 주를 비교했다. 인구밀도가 높은 매사추세츠, 뉴저지, 뉴욕 등의 주는 다른 주들보다 평균 혼인 연령이 높았고 출산율이 낮았으며 대학 진학률과 퇴직연금 가입률도 높았다. 반면 아이다호, 네바다, 유타 등 인구밀도가 낮은 주는 정반대 경향을 보였다.

연구진은 설문 실험을 통해 이런 인과관계를 다시 확인했다. 미국 각지에서 온 사람들에게 ‘내일 100달러를 받겠는가, 아니면 석 달 후에 150달러를 받겠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단기적인 시각을 가진 사람이라면 전자를, 장기적인 시각을 가진 사람이라면 후자를 택할 것이다. 그런데 이런 선택을 하기 전에 ‘인구가 유례없는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는 신문기사를 읽게 하거나,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소리를 들려준 경우에는 ‘석 달 후에 150달러를 받겠다’는 답변의 비율이 눈에 띄게 높아졌다. 인구밀도가 높다는 생각을 유도해서 사람들이 더 장기적으로 생각하게 만든 것이다.

이는 인구밀도가 낮은 나라일수록 ‘느린’ 삶을 살 것 같다는 우리의 선입견을 깨뜨리는 결과다. 오히려 인구밀도가 높고 경쟁이 치열한 지역일수록 자신과 후손의 장기적인 생존을 위해 아이를 적게 낳는 대신 교육에 투자하는 경향이 생겨난다. 한국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조진서 기자 cjs@donga.com
#저출산#인구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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