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수요 억제로 ‘투기와의 전쟁’ 선언한 8·2부동산대책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3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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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어제 세제, 대출, 청약, 재건축 규제를 총망라한 부동산대책을 발표했다. 투기과열지구를 6년 만에 부활시켜 서울 전역과 경기 과천, 세종시를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했다. 투기과열지구에는 분양권 전매 금지, 재건축 조합원 지위양도 금지, 주택담보인정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40%로 강화, 자금조달계획 신고 등 19개의 규제가 적용된다. 서울 11개 구와 세종시는 투기지역으로 이중 규제해 다주택자에게 양도소득세에 가산세를 추가로 물린다. LTV와 DTI를 줄인 ‘6·19부동산대책’을 내놓은 지 44일 만에 종합부동산세를 빼고는 거의 모든 수요 규제를 동원한 초강력 대책이다.

‘실수요 보호와 단기 투기수요 억제를 통한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이라는 8·2부동산대책 명칭대로 투기로 급등한 집값은 잡아야 한다. 불로소득을 안겨 주는 과도한 부동산 가격 상승은 경제 정의에 어긋날 뿐 아니라 양극화와 가계부채 증가, 결혼과 출산율 저하까지 영향을 미치는 ‘분노의 근원’이기도 하다. 어제 정부가 주택시장을 경기 부양의 수단으로 이용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도 의미가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침체가 계속되자 당시 정부는 부동산 수요를 띄우는 부양정책에 매달린 것도 사실이다. 그래도 집값은 오르지 않고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만 올라가면서 전세를 끼고 집을 사 시세차익을 챙기는 일명 ‘갭투자’까지 성행했다.

그러나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최근의 집값 급등은 실수요자가 아니라 부동산 투기세력”이라고 지적한 것은 문제를 너무 협소하게 본 것이다. 최근의 부동산 가격 상승은 8학군 교육특구에 녹지까지 갖춘 강남의 재건축 시장에 수요가 몰린 탓이 크다. 초저금리로 유동성은 풍부한데 생산적인 부문으로 유입될 수 있는 통로는 막힌 상태다.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부동산가격 상승 이유가 복합적이긴 하지만 서울지역 공급 부족도 큰 원인”이라고 진단한 것이 오히려 맞는 얘기다.

일단 부동산시장은 정부의 초고강도 대책에 빠르게 가라앉는 분위기다. 하지만 복합적 처방 없이 수요만 틀어막는 부동산 정책이 지속가능할지는 두고 볼 일이다. 노무현 정부 시절에도 저금리에 풍부한 유동성, 글로벌 경기 호황으로 집값이 급등해 12차례나 부동산 안정대책을 내놨지만 오히려 임기 5년 동안 서울 집값은 57%나 뛰었다. 부동산 공급 확대보다 ‘버블 7’ 지역 수요 억제에 치중한데다 대체투자 수단이 부족해 자금이 부동산 시장으로 계속 유입됐기 때문이다.

정부는 시장을 이길 수 없다. 적절한 공급 없이 수요 규제만으로 집값을 잡겠다는 정책은 한계가 있다. 정부는 공적임대주택 공급 등 공급 정책을 병행하겠다고 밝혔지만,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등이 시작되는 내년 초부터는 서울 주택정비사업이 위축되면서 주택 공급이 달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실수요가 있는 곳에는 과감한 규제 완화로 공급을 풀어주는 정책이 병행돼야 규제도 효과를 볼 수 있다.
#8·2부동산대책#부동산#김현미#부동산 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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