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노조 “버스처럼 근무 줄여달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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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시간 특례업종 축소’ 노동계 희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장시간 근로를 조장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던 근로시간 특례 업종을 26개에서 10개로 축소하기로 잠정 합의하면서 노동계의 표정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특히 영세상인이 많은 음식점업 등은 최저임금 대폭 인상에 이어 근로시간 특례까지 없어지게 되자 “우리만 죽으라는 것이냐”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은 1일 “적폐 해소 0순위였던 특례업종 제외에 대한 국회의 의지를 적극 지지한다”며 “국회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무의미한 당쟁으로 번지지 않기 바란다”고 밝혔다. 반면 특례 업종으로 유지되는 택시기사노조들은 강력 반발했다. 양대 노총 택시기사노조는 성명을 통해 “하루 평균 13∼15시간 운행하는 택시노동자들은 일반 버스보다 교통사고의 위험에 훨씬 많이 노출돼 있다”며 “문재인 정부는 대선 당시 30만 택시기사의 생존권을 보장하겠다던 공약을 지켜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이들은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정부와 국회를 상대로 ‘강력한 저항’에 나서겠다고 경고했다.

특히 최저임금 대폭 인상에 이어 근로시간 특례 폐지까지 맞닥뜨린 영세상인들은 “장사를 하지 말란 얘기”라고 입을 모았다. 서울 은평구에서 직원 5명을 고용해 순댓국 가게를 운영 중인 김순은 씨(26)는 “종업원이나 사장이나 둘 다 죽으라는 얘기”라며 “(특례가 폐지되면) 직원들은 하루 8시간만 일하고 나머지는 내가 일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울 중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최모 씨(50·여)도 “최저임금도 올리고, 근로시간까지 건드리는 것은 자영업자를 궁지로 내몰고 죽으라는 조치”라고 호소했다. 한국외식업중앙회 관계자는 “인건비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음식값을 올려야 버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례가 유지되는 방송업에서는 오히려 이를 환영하는 반응도 있었다. 한 주 70시간 정도 일하는 프리랜서 카메라맨 김모 씨(26)는 “우리도 정해진 시간만 일하고 퇴근하고 싶지만 방송 환경이 문제”라며 “근로시간이 정해지면 방송국은 제작비 부담이 늘어 외주를 줄이게 되고, 결국 우리 일감이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계는 그동안 특례 업종 26개를 전부 폐기해야 한다고 요구해왔지만 내부적으로 일단 1차 목표는 달성했다고 평가하는 분위기다. 또 국회가 “실태조사 결과에 따라 폐지 업종을 더 추가할 수도 있다”고 밝힌 만큼 논의를 더 기다리겠다는 태도다. 노동계의 한 관계자는 “여당의 의지가 강한 만큼 폐지 업종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양길성 인턴기자 중앙대 사회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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