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율 추락 엎친데 안보공백 덮친 아베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31일 03시 00분


코멘트

방위상 공석 중에 北 미사일 발사… 日언론, 외상에 겸직 맡긴 것 비판

북풍(北風)도 추락하는 지지율을 알아보는 걸까. 과거 아베 신조(安倍晋三·사진) 일본 총리를 도와주기만 하던 북풍이 이번에는 반대로 작용했다. 아베 총리는 28일 심야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을 발사하자 즉각 관저로 뛰어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여는 등 기민하게 대처했으나 돌아온 것은 여론의 포화였다.

이날 이나다 도모미(稻田朋美) 방위상이 자위대 문서 은폐 문제로 사퇴한 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외상에게 방위상을 겸직하도록 한 틈새를 보기 좋게 얻어맞은 꼴이 됐기 때문이다. 이날 방위상뿐 아니라 사무차관과 육상막료장도 물러나면서 그렇잖아도 안보 공백이 우려되던 상황이었다. 아베 총리는 다음 달 3일 개각을 예정하고 있어 일주일만 기시다 외상에게 방위상 자리를 맡긴다는 생각이었다. 29일 새벽부터 기시다 외상은 방위성과 외무성을 오가며 1인 2역을 하는 신세가 됐다.

당장 29일 0시 40분경 첫 NSC가 열린 직후 일본 기자들은 “방위상의 공석을 어떻게 했느냐”고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을 다그쳤다. 스가 장관은 “방위성에서 부대신(차관)이 나왔고 아무 지장이 없다”고 답했으나 일본 언론은 납득하지 않는 분위기다.

NSC는 아베 총리와 외상, 방위상, 관방장관 등 4대신 회의가 중심축이다. 일본 언론은 위기관리가 지연될 수 있다며 긴급 상황 시에는 방위상과 외상의 역할 분담이 필수라고 지적하고 있다. 한 전직 총리는 “아베 총리는 개각 전까지 급변 사태가 발생하지 않으리라고 봤을 것”이라며 아베 총리의 안일한 판단을 비판했다.

이번 일본 정부의 대응이 북한이 처음 화성-14형을 쏘아올린 4일 당시보다 늦었다는 점도 도마에 올랐다. 4일에는 12분 만에 일본 정부가 공표하며 발 빠르게 대응한 데 비해 이번에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로부터 일본 정부의 공표까지 근 30분이 걸렸다는 것.

총리의 최측근이 공개 석상에서 최근의 지지율 추락을 아베 총리 탓으로 돌리는 등 정권 자체에도 이상 징후가 보이고 있다. 에토 세이이치(衛藤晟一) 총리 보좌관은 29일 아베 총리가 회장을 맡고 있는 보수계 초당파 의원모임 연수회에서 지지율 추락에 대해 사과하며 그 원인으로 “은폐 체질과 공사 혼동에 의한 허술함”을 지적했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북한#미사일#아베#일본#방위상#지지율#안보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