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의 ‘사회적 기업’ 힘 받는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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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靑 간담회 후속조치 분주

문재인 대통령이 27, 28일 경제인들과 만나 일자리 창출과 더불어 잘사는 경제를 강조하면서 이와 관련한 대기업들의 후속 조치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기업들은 이미 대통령과의 간담회를 앞두고 정부가 주목해온 2, 3차 협력사와의 상생방안을 쏟아낸 바 있다. SK그룹의 사회적 기업처럼 정부 ‘코드’에 맞는 사업들은 향후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기업들이 청와대가 내준 숙제로 상당한 부담을 안게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사진)은 28일 문 대통령의 ‘기업인과의 대화’ 두 번째 날 첫 발언자로 나서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큰 사회적 기업 200곳을 지원하겠다”고 했다. 대통령 후보 시절부터 사회적 기업을 강조해 오던 문 대통령은 이날 “사회적 기업을 지원하는 관계 법안을 정부가 적극 추진해보라”며 화답했다. 사회적 기업은 영리활동을 하는 동시에 취약계층 일자리 확보, 지역주민 생활 개선 등 사회적 목적을 추구하는 기업이다.

SK그룹은 간담회를 계기로 ‘사회성과 인센티브’ 사업을 더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사회성과 인센티브는 사회적 기업이 만들어낸 ‘착한 일’의 가치를 화폐 단위로 측정해 금전적인 보상을 해주는 제도다. SK는 ‘사회성과 인센티브 추진단’을 통해 2015년부터 인센티브 제도에 참여할 사회적 기업을 모집하고 있다. 참여한 사회적 기업은 2015년 44개에서 1년 만인 지난해 101개로, 이들이 생산한 사회적 가치는 103억 원에서 201억 원으로 크게 늘었다.

SK그룹은 이와 함께 1일 신설한 ‘공유인프라 태스크포스(TF)팀’ 활동을 조만간 본격화할 예정이다. 임종필 SK하이닉스 공급망관리(SCM)본부장이 TF팀장으로 구체적인 활동 계획을 짜고 있다. TF팀은 향후 SK가 가진 특허 기술이나 시설 일부를 외부와 공유함으로써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방안을 찾게 된다.

다른 기업들도 문 대통령의 요청에 호응할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분주한 모습이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27일 간담회 직후 서울 시내에서 주요 임원 9명이 참석한 긴급회의를 열었다. 권 회장은 이 자리에서 “일자리 나누기나 비정규직 전환 문제, 협력기업과의 상생협력 활동을 눈앞의 비용으로만 인식하지 말고 경쟁력 향상의 방안으로 사고를 전환하자”고 했다. 대한항공 측도 “향후 여성 인력 친화 기업이 되기 위한 노력이나 기술 이전을 통한 협력업체와의 상생 등 발전 방안을 더욱 고민해 보겠다”고 밝혔다.

롯데그룹은 5년간 7만 명을 신규채용하고 3년간 단계적으로 비정규직 1만 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는 기존 계획부터 충실히 실행하겠다는 방침이다. 신세계그룹도 최근 발표한 편의점 ‘이마트24’의 상생방안 이행에 우선 집중하기로 했다.

한편으로는 정부의 일자리 창출 요청에 화끈하게 답하기 어려워 곤혹스러워 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익명을 요청한 한 그룹 관계자는 “뭔가 하겠다기보다는 지금 어려운 상황을 (대통령에게) 전하기만 했다”며 별도의 언급을 꺼렸다.

문 대통령에게 ‘갓뚜기’란 찬사를 받은 중견기업 오뚜기는 함영준 회장이 협력사와의 추가 상생 대책을 내놓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뚜기 관계자는 “구체적인 방안은 지금부터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내부적으로는 이번 간담회를 계기로 더 노력하자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김성규 sunggyu@donga.com·곽도영 정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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