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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양육 때문에 한명 휴직하면 원룸 탈출 못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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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양육 때문에 한명 휴직하면 원룸 탈출 못해요”

조건희 기자 , 조유라 인턴기자입력 2017-07-24 03:00수정 2017-07-24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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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탈출!인구절벽/2부 출산의 법칙을 바꾸자]<1> 첫째 출산도 망설이는 신혼부부
정진곤, 황수정 씨
올해 1월 결혼한 김모 씨(32)에게 첫 번째 질문이 날아왔다. “애 낳으면 둘 중 한 명은 쉬어야 하는데, 먹고살 수 있겠어?” 말문이 막힌다. 숨쉴 틈도 없이 두 번째 질문이다. “학원비는 어쩔 거야?” 눈물까지 핑 돌았다. 하지만 결정타는 마지막이었다. “요즘 초등학생들, 빌라 사는 친구를 ‘빌거(빌라 거지)’라고 부른대. 혼자 벌어서 언제 이사 가려고….” 김 씨는 “‘아이를 낳을까’라고 생각하는 순간 이렇게 환청처럼 쏟아지는 물음 때문에 무력해진다”고 말했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고용, 교육, 주거 등 6개 분야 전문가 12명과 함께 신혼부부 10쌍이 첫째 출산을 고민하는 원인을 분석해 보니 ‘아이를 돌볼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점이 모든 문제의 출발점으로 꼽혔다. 정부가 2045년까지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 수)을 2.1명으로 올리겠다고 공언했지만, 신혼부부가 첫째 낳기를 망설인다면 결코 이룰 수 없는 목표라는 지적이 나온다.

#. ‘연봉 1억’ 부부의 원룸 생활

“젊은 부부의 로망은 단칸방이지!”

조모 씨(30)는 남편 오모 씨(33)의 장난스러운 말투가 싫지 않았다. 2년 전 경기 안양시 33m²(약 10평) 원룸에서 신혼생활을 시작한 뒤로도 “집이 좁다”고 불평한 적이 없다. 1억 원이 넘는 부부의 연봉을 착실히 모으면 금세 넓은 집으로 옮길 수 있으리란 희망 덕이었다.


하지만 출산이 화제에 오르면 원룸은 무한 반복되는 ‘무자녀 알고리즘’의 출발점이 됐다. 그 알고리즘은 ‘맞벌이를 하면 아이를 볼 시간이 없다’는 생각에서 출발해 ‘한 명은 휴직해야 한다’로 이동한 뒤 ‘홑벌이로는 돈을 모으지 못한다’를 거쳐 ‘원룸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결론으로 이어졌다.

언 발에 오줌 누는 수준의 현행 출산장려책을 찔끔 확대하는 것으론 신혼부부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윤인경 한국교원대 가정교육과 교수는 “미국에선 만 12세까지는 양육 책임자가 아이에게서 눈을 뗄 수 없도록 한다”며 “현행 만 5세까지인 무상보육 대상을 초등학생으로 확대해, 하교 후 부모 퇴근 전까지 생기는 4, 5시간의 공백을 메워줄 양육 도우미를 정부가 양성해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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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주 포기한 ‘양육 코치’ 조부모

“오빠, 오늘 어머님이 평소와 좀 다르시지 않았어?”

시댁 방문 후 귀가하던 정모 씨(28·여)가 남편 강모 씨(31)에게 물었다. 결혼 후 첫 명절이었던 올해 설엔 정 씨를 앉혀놓고 “손주를 언제 보게 해줄 셈이냐”고 1시간 가까이 ‘취조’했던 시어머니가 이날따라 출산 얘기를 전혀 꺼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 씨 부부는 지방 출장이 잦고 2, 3년마다 근무지를 옮겨야 하는 강 씨의 업무 환경 탓에 자녀 계획을 당분간 보류한 상태였다.

정 씨는 일주일 후 시누이로부터 그 답을 전해 들었다. 시어머니가 친구들에게 “아들 내외가 손주 낳을 생각을 않는다”고 하소연했다가 도리어 “애 봐줄 거 아니면 말도 꺼내지 마라. ‘황혼 독박 육아’(조부모가 육아를 도맡아하는 것)를 하게 된다”는 핀잔을 듣고 태도를 바꿨다는 것이다. 정 씨 부부처럼 “부모가 오히려 손주 얘기를 꺼린다”는 부부는 7쌍이나 됐다.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아직 은퇴하지 못하고 노후를 대비해야 하는 베이비부머(1955∼63년생)가 손주 양육까지 떠맡는 상황 자체가 문제”라며 “근무지가 불안정해도 어디서나 양질의 보육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첫째부터 국공립 어린이집을 이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 “셋은 낳겠다”던 꿈은 어디로…

강모 씨(32)는 형제가 남동생 한 명뿐이다. 학창 시절을 기숙사와 자취방에서 보내 가족을 자주 보지 못했다. 늘 집안이 복작거리는 대가족이 부러워 ‘결혼하면 적어도 셋은 낳자’고 결심했다. 하지만 이 생각은 지난해 4월 결혼한 이후 점차 ‘둘만 낳을까’에서 ‘하나라도 제대로 키울 수 있을까’로 바뀌어 갔다.

강 씨 부부를 비롯한 8쌍은 “결혼 전부터 아이를 망설였던 것은 아니다”라고 입을 모았다. 회사를 그만둔 한 여성은 “아이가 갑자기 수술을 받게 돼 일주일간 휴가를 낸 여자 선배가 있었는데, 동료들이 대놓고 말하진 않아도 ‘쟤 때문에 어제 야근했다’며 수군거리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윤자영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단기적으로는 가족 돌봄 휴가, 유연·단축 근무를 활성화하되, 궁극적으로는 ‘육아가 해당 부부뿐 아니라 사회 전체에 이로운 일’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지 않으면 부당한 ‘눈치 보기’가 끝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아이를 낳지 않는 젊은 부부를 ‘자기중심적’이라며 손가락질하는 분위기가 오히려 저출산을 초래한다고 덧붙였다. 윤홍식 인하대 행정학과 교수는 “‘갈림길 부부’ 대다수는 누구보다 아이를 갖고 싶어 하는 이들”이라며 “아이를 낳으라고 다그치기보단 양성이 평등하고, 빈부격차가 해소된 여건을 먼저 조성해 주는 것이 옳은 방향”이라고 말했다.

 

:: 도움을 준 전문가 ::

<총괄> 이삼식
한양대 고령사회연구원장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고용 및 일·가정 양립> 윤자영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 윤홍식 인하대 행정학과 교수 <교육> 김경근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 윤인경 한국교원대 가정교육과 교수 <주거 부동산> 김현아 자유한국당 의원 김준형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 <출산> 이정재 순천향대 산부인과 교수 이윤수 한국성과학연구소장(비뇨기과 전문의) <정책> 김종훈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저출산고령화대책기획단장 강준 보건복지부 고령사회위원회 운영지원팀장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조유라 인턴기자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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