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잔향]적폐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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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저녁 대한출판문화협회가 각 언론사 출판담당기자 모임을 열었다. 지각한 좌장 윤철호 회장이 “기자들은 당연히 20, 30분 늦게 올 거라 생각했다” 얘기하는 걸 못 들은 척 넘기고 “지난달 서울국제도서전 이후 협회가 주력하고 있는 사안이 무엇인가”라고 물었다.

윤 회장이 가장 먼저 내놓은 답은 ‘협회 사무국 인력 조정’이었다. 실무를 외주 업체에 맡기고 예산 흐름만 안이하게 움직이는 책상물림 인력이 없는지 살펴 효율적으로 재배치하겠다는 설명이었다.

반가운 얘기다. 리더 한 사람이 바뀌면 세상이 바뀔 거라 여기는 것만큼 어리석은 생각도 없다. 어느 고을이나 실세는 사또가 아니라 토박이 아전이다. 고정된 예산에 얹을 숟가락을 줄 세워 가려 고르는 이들이 결정권을 잃지 않는 한 어떤 변화도 일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소심한 마음에 걱정이 일었다. 내부적으로 반발은 없는지, 회장에게 그런 변화를 진행할 수 있는 권한이 확실히 있는지, 하루 뒤 전화를 걸어 다시 물었다.

“권한은 분명히 있다. 회장 자리 맡고 나서 살펴보니 사무국 한 자리를 30년 가까이 지키고 있는 사람도 있더라. 일신우일신의 효율을 추구하기 어려운 구조다. 외부 회계법인과 노무법인에 요청해 업무이력을 검토하면서 우선적으로 지워내야 할 부분을 가려내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고 개선을 요구하기에 앞서 조직 자정부터 완료하겠다는 윤 회장의 의지를 응원한다. 당장 내년 도서전 준비를 시작하기 전에 예산을 운용할 담당 인력부터 단속해 추스르겠다는 그의 결단이 다른 공공조직에도 영향을 미치길 바란다. 진정한 적폐는, 보이지 않는 곳에 있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대한출판문화협회#언론사 출판담당기자 모임#윤철호#서울국제도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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