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反난민 시위-인종차별… 혐오는 어떻게 폭력이 되는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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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사회/카롤린 엠케 지음·정지인 옮김/272쪽·1만5000원·다산초당

지난해 6월 독일 서부 뒤 셀도르프의 한 난민시설에서 발생한 화재. 독일 연방범죄수사국(BKA)은 280여 명의 난민을 수용했던 시설에서 한 달 전에도 비슷한 화재가 발생했던 점을 들어 난민에 대한 증오범죄 방화 가능성을 제기했다. 사진 출처 youtube.com
지난해 6월 독일 서부 뒤 셀도르프의 한 난민시설에서 발생한 화재. 독일 연방범죄수사국(BKA)은 280여 명의 난민을 수용했던 시설에서 한 달 전에도 비슷한 화재가 발생했던 점을 들어 난민에 대한 증오범죄 방화 가능성을 제기했다. 사진 출처 youtube.com
‘맘충’(엄마+벌레) ‘노인충’(노인+벌레) ‘급식충’(급식 먹는 벌레라는 뜻으로 청소년 의미)….

언젠가부터 한국 사회에서도 특정 계층에 대한 혐오감이 내포된 언어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한국 사회뿐만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사회적 약자 혹은 특정 계층을 향한 혐오발언과 증오범죄들이 커져가고 있다.

독일의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책에서 자신이 취재했거나 연구한 분야를 토대로 혐오와 증오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다. 혐오와 증오의 가해자들, 차별을 선동하는 집단을 섣불리 괴물화하지 않고, 혐오와 증오의 메커니즘을 분석하고 그 구조적 문제점을 파고든다. 동시에 피해자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전한다.

저자는 혐오라는 감정이 개인을 넘어 집단적 차원이 되면 위험한 폭발력을 지니게 된다고 말한다. 사회적 긴장을 높여 쉽게 통제하기 어려운 집단적 광기와 폭력으로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 15년 넘게 저널리스트로서 전 세계 분쟁지역을 누빈 저자는 그 예로 독일 클라우스니츠에서 일어난 반(反)난민 시위, 스태튼아일랜드와 미국 전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흑인에 대한 경찰의 반복적인 과잉진압, 성소수자에 대한 사회의 구조적 멸시와 폭력 등을 꼽는다.

특히 난민과 이주민, 흑인, 성소수자 등 사회적 약자들이 사회 구성원 및 사회로부터 어떻게 멸시받고 배제되는지, 폭력에 노출되는 구조와 과정 등을 살펴본다. 그는 혐오와 증오의 기저에 깔린 ‘표준’ ‘정상’ 등의 기준이 또 다른 폭력적인 편견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저자는 우리가 누군가를 집단적으로 혐오해야 하는 마땅한 이유 따윈 존재하지 않는다고 단언한다. 저널리스트 특유의 속도감 있는 문장력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다소 딱딱하거나 어려울 수 있는 문제를 셰익스피어, 괴테 등 문학가의 작품이나 철학가들의 사상을 대입해 비교적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풀어나간 점도 흥미롭다.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혐오사회#카롤린 엠케#반난민 시위#인종차별#혐오 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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