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건 잠깐, 이식받는 사람의 건강은 평생”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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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18번째 부부 신장기증 김영철-서유연씨

19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에서 신장이식 수술을 앞둔 김영철 씨(왼쪽)와 부인 서유연 씨가 하트 모양을 만들어 보이고 있다. 사랑의 장기기증운동본부 제공
19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에서 신장이식 수술을 앞둔 김영철 씨(왼쪽)와 부인 서유연 씨가 하트 모양을 만들어 보이고 있다. 사랑의 장기기증운동본부 제공
20일 오전 7시경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수술실 앞. 환자복을 입은 김영철 씨(51)를 부인 서유연 씨(51)가 휠체어에 태워 밀고 왔다. 남편 김 씨는 다소 긴장한 듯했다. 살면서 첫 입원과 수술이라고 했다. 반면 서 씨는 여유로웠다. 수술실로 들어가기 직전 서 씨는 김 씨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었다. 서 씨는 “내가 경험자여서 아는데 잘 끝날 것”이라며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고 웃어 보였다.

김 씨는 이날 20년간 만성신부전을 앓은 이인만 씨(43)에게 자신의 신장을 내어주기 위해 수술대에 올랐다. 이 씨와는 전혀 모르는 사이다. 김 씨의 신장 기증은 사실 부인 때문이다.

서 씨는 신장 기증자로서는 ‘선배’다. 2003년 TV 프로그램에 나온 만성신부전 환자가 “물 한 모금, 과일 한 조각 마음껏 먹는 게 소원”이라고 말하는 것을 보고 선뜻 기증을 결심했다. 이식받은 사람은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40대 남성이었다. 서 씨에게 감동한 이 남성의 부인도 자신의 신장을 남에게 내어줬다.

그런 부인을 곁에서 지켜본 남편도 장기 기증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2005년 부인을 따라 사후 장기기증에 서약했다. 신장 기증·이식자 모임인 새생명나눔회에도 함께 나갔다. 기증자들의 밝은 표정이 김 씨의 마음을 편안하게 했다. 김 씨는 ‘기증자의 남편’이 아니라 ‘같은 기증자’가 되고 싶었다.

김 씨는 이날 수술을 위해 1년간 몸무게를 78kg에서 66kg까지 감량했다. 지난해 부인과 함께 시작한 건강보조식품 사업도 몸 관리에 도움이 됐다. 5월 사랑의 장기기증운동본부를 통해 기증 의사를 밝힌 뒤 집이 있는 부산에서 서울을 몇 차례 오가며 기증을 준비했다.

수술은 약 4시간 만에 무사히 끝났다. 김 씨는 이르면 다음 주에 퇴원한다. 부부는 이로써 국내 18번째 ‘부부 신장 기증인’이 됐다. 2013년 17번째 부부 기증인이 나온 지 4년 만이다. 서 씨는 “내가 신장 기증을 하려고 수술을 받았을 때는 아픈 것도 못 느꼈는데, 신랑은 얼얼하다고 한다”며 “아픈 건 잠깐이지만 이식받은 사람의 건강은 평생”이라며 웃었다.
 
권기범 기자 kaki@donga.com
#국내 18번째 부부 신장기증#김영철#서유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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