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감 몰아주기’에 칼 꺼낸 정부… 신규 적용 기업들 초긴장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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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강공에 숨죽인 재계]공정위, 규제 확대 첫날 ‘하림’ 조사

전북 익산시 하림그룹 본사에 닭을 실은 차량이 들어가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하림그룹의 일감 몰아주기와 편법 승계 의혹에 대해 직권조사에 들어갔다. 동아일보DB
전북 익산시 하림그룹 본사에 닭을 실은 차량이 들어가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하림그룹의 일감 몰아주기와 편법 승계 의혹에 대해 직권조사에 들어갔다. 동아일보DB
공정거래위원회가 19일 하림그룹의 ‘일감 몰아주기’ 의혹에 대한 직권조사에 나서자 재계에서는 “올 것이 왔다”는 분위기다. 특히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에 일감 몰아주기 규제와 대기업 지배구조개선 및 금산분리 강화 내용이 포함되면서 초긴장 상태다.

20일 재계에 따르면 새롭게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이 된 공정자산 5조∼10조 원의 기업들은 내부적인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종전 규제 대상은 10조 원 이상 대기업집단이었지만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이 11일 국무회의를 통과하면서 5조 원 이상으로 확대됐다. 하림은 개정안 시행 첫날 조사를 받기 시작한 것이다.

현재 공정자산 5조∼10조 원의 기업들은 한국타이어 코오롱 교보생명 카카오 셀트리온 등 20여 개 업체다. 이 중 한국타이어는 오너 일가가 지분 100%를 가진 신양관광개발 매출액이 100% 내부거래로 발생했다.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바뀐 법 기준을 준수하기 위해 대응책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존 규제 대상 기업들도 부담감이 커지고 있다. 대기업 관계자는 “일감 몰아주기 이슈 때문에 그룹 내부거래 물량을 지속적으로 줄여나가고 있다.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되 속도 조절은 필요하다”고 했다.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는 “2018년까지 총수 일가 사익편취 규제의 적용 대상을 확대하겠다”는 내용도 담겼다. 현재는 대기업 총수 일가가 30% 이상 지분을 가진 상장사(비상장사는 20%)와 타사보다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하거나 일감을 몰아주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국회에는 이 지분 기준을 20%로 낮추고, 지분 산정 때 오너 일가가 계열사를 통해 간접 보유한 지분까지 포함하는 내용의 법안들이 상정돼 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롯데쇼핑(28.7%), GS건설(28.3%), 신세계(28.1%·이상 3월 총수 일가 지분) 등이 새로 규제 대상이 될 수 있다.

내부 거래를 하더라도 효율성 증대, 보안성, 긴급성 등을 위해 불가피한 경우에는 일감 몰아주기 법 적용이 제외된다. 그러나 법 해석에 주관적인 요소들이 있어 일부 기업은 총수 일가 지분을 낮추고 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일가는 최근 정보기술(IT) 계열사 유니컨버스 지분 100%를 모두 대한항공에 무상 증여하겠다고 발표했다. 유니컨버스는 지난해 부당 내부거래 혐의로 6억12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한화그룹도 김승연 회장의 세 아들이 지분 100%를 보유한 비상장사 한화S&C를 물적분할한 뒤 신설 자회사 지분 40∼50%를 외부에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정부는 내년까지 다중대표소송제와 전자투표제 도입, 집중투표제 의무화 등 상법 개정안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재계 관계자는 “어느 정도 예상됐던 시나리오지만 정부가 적극 추진한다니 걱정이 앞서는 게 사실”이라고 했다.

삼성은 내년까지 금융보험사의 계열사에 대한 의결권 제한을 강화한다는 금산분리 강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 8.13%(의결권 기준)를 갖고 있는 최대 주주인데 이 의결권이 제한되면 삼성전자 경영권이 위협받을 수 있다. 앞서 4월 지주회사 전환을 포기한 삼성전자는 내년까지 자사주를 소각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는데, 자사주가 줄어들수록 삼성생명 지분은 높아진다.

강승현 byhuman@donga.com·이샘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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