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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北의 조선화, 동양화에선 최고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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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北의 조선화, 동양화에선 최고 수준”

주성하기자 , 조윤경기자 입력 2017-07-17 03:00수정 2017-07-1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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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미술 연구 천경자 사위 문범강 교수
문범강 교수가 북한 ‘조선화’ 중 최고로 꼽은 ‘지난날의 용해공들’(1980년 작). 동아일보DB
북한은 사상과 표현의 자유가 극도로 억눌려 있는 곳이다. 그런 땅에서 ‘세계 미술사의 새로운 장르’를 발견했다는 화가가 나타났다. 미국 조지타운대 문범강 교수(사진)가 주인공이다. 한국 대표적 여류화가 고(故) 천경자 화백의 둘째 사위이기도 하다. 천 화백의 사위가 북한 미술에 관심을 가진 이유가 궁금해 방한한 그를 12일 서울 종로구 아트선재센터에서 만났다. 그는 1980년 미국으로 건너가 미술 공부를 시작한 뒤 8년 만에 대학 정교수가 됐다.

문 교수는 북한 미술을 ‘세계 미술계의 갈라파고스’라고 극찬했다. 그러면서 “동양화의 패권은 북한에 있다”고까지 했다. 현대미술과 동떨어져 70년 넘게 한 우물만 판 결과, 종이와 먹을 사용하는 동양화 영역에서 ‘조선화’라는 독특한 장르가 생겨났다는 주장이다.

“서방에선 사회주의 사실주의 미술이 1930년부터 소련이 붕괴한 1990년까지 존재한 미술장르라고 가르치지만, 북한의 존재로 미술사를 새로 써야 합니다.”

그는 젊은 김일성을 묘사한 그림을 우연히 보고 화법에 놀랐다고 했다. 그렇게 북한 미술이 궁금해져 2011년 평양행 비행기를 탔고 지금까지 9차례나 방북해 최고 작가들과 교류했다. 북한 화가들의 기량은 동양화 분야에서 가장 뛰어나다고 말했다.

“북한의 몰골 기법은 깊이 있고 대담한 표현법, 과감한 붓질, 세밀한 표현에서 경지에 이르렀습니다. 호랑이 눈동자 하나 그리는 데만 7시간 꼬박 작업하더군요.”

문 교수는 북한의 미술작품이 최근 중국에서 가치를 인정받으며 수십만 달러씩에 거래되고 있고, 북한의 영향을 받은 새 미술 사조가 중국에서 생겨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가 꼽은 최고의 북한 작품은 1980년에 일제 제철소 노동자들을 그린 ‘지난날의 용해공들’이다. 그림을 그린 김성민(67)은 현재 만수대창작사 부사장 겸 조선미술가동맹 중앙위원장이다. 그는 또 1973년 창작된 ‘강선의 저녁노을’도 강렬한 붉은 색채로 동양화의 새로운 경지를 쌓은 작품으로 선정했다.


지금까지 북한의 미술작품은 남쪽에서 인정받지 못했다. 문 교수는 “한국에 유통된 북한 작품은 실제로 질이 높지 못한 것이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가 평양에서 본 또 하나의 놀라움은 최고지도자 찬양 일색인 북한에서도 최근 화가들 사이에 새로운 시도들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눈 위에 두 발로 서 있는 빨간 호랑이를 그리는가 하면 귀신이 나올 것 같은 산수화도 있습니다. 체제 비판만 하지 않으면 그냥 동료들 사이에서 ‘이상한 그림’을 그리는 작가 정도로만 취급될 뿐 배척되진 않더군요.”

최근 외화벌이를 위해 외국에 파견되는 화가들도 늘고 있다고 한다. 외국에 작품을 팔아 돈을 벌려는 북한 화가들의 욕구도 강해지고 있다. 하지만 북한과 국제사회 사이의 신용이 걸림돌이다. 문 교수는 “지난해 미국에서 북한 미술전을 열었는데, 북한에서 그림만 보내주고 돈을 받지 못하는 이른바 ‘먹튀’를 당할까 봐 비싼 미술작품은 보내주지 않아 애를 먹었다”고 말했다.

문 교수는 미술에 대한 북한 주민의 관심도 매우 높다고 말했다. 운봉 이재현이라는 유명한 미술사 학자가 중풍으로 쓰러졌는데, 사망했다고 소문나는 바람에 이웃들이 그림 한 점이라도 차지하겠다고 몰려온 일도 있다고 한다. 문 교수는 ‘평양, 동시대 미술을 통해 그녀를 보다’란 제목으로 방북 경험을 책으로 출간할 예정이다.
 
주성하 zsh75@donga.com·조윤경 기자
#북한미술 연구자#문범강 교수#북한 조선화#조선화 지난날의 용해공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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