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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사람들을 몰아내는 냉정한 도시가 돼가는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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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사람들을 몰아내는 냉정한 도시가 돼가는듯”

손택균 기자 입력 2017-07-17 03:00수정 2017-07-17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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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주간지 ‘뉴요커’ 표지작가 토미네
에이드리언 토미네 씨는 종이에 색연필 스케치와 잉크 윤곽선을 그린 뒤 컴퓨터로 색을 입히는 작업 과정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자주 올린다. 2004년 11월 8일자 ‘뉴요커’ 첫 표지 그림(첫번째 사진). 겨울 눈밭의 아이스크림 버스를 그린 2009년 2월 2일자 표지. 아트북스 제공
에이드리언 토미네의 자화상 캐리커처.
1925년 창간된 미국 주간지 ‘뉴요커’는 도발적인 정책 비판 기사와 독특한 일러스트레이션(삽화) 표지 디자인으로 두꺼운 마니아 독자층을 형성하고 있다. 시사 주간지임에도 인물 사진 표지를 배제하고 삽화 표지만 고집해 왔다.

내용 요약 문구 없이 주요 기사 메시지를 삽화로만 표현한 뉴요커의 표지는 미국 사회 시대상과 함께 회화와 그래픽디자인 스타일의 변천사를 집약해 보여준다. 그 디자인 작업의 한 축을 맡고 있는 일러스트레이터 에이드리언 토미네 씨(43)의 책 ‘뉴욕 드로잉’(아트북스)이 최근 국내에 번역 출간됐다.

일본계 미국인 4세인 그는 13년 전 고향 캘리포니아주 새크라멘토를 떠나 아내가 살던 뉴욕으로 이주했다. 그 뒤 뉴요커 표지 그림과 삽화를 비롯해 다양한 매체에 작품을 발표해 왔다. 동아일보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그는 “이방인의 시선으로 이방인의 공간을 관찰한 그림이었기에 좋은 반응을 얻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나는 아내 세라처럼 뉴욕에서 나고 자란 사람과는 다른 시선으로 뉴욕을 관찰할 수 있다. 그건 일상의 이미지를 수집하는 데 핸디캡이 아니라 장점이다. 뉴요커들이 당연한 것으로 생각해 눈여겨보지 않는 소소한 상황이 내겐 특별한 경험으로 다가온다. ‘이민자와 외지인의 마을’이라는 태생적 특징이 뉴욕의 각별함이라고 생각한다.”

토미네 씨는 16세 때부터 개인 독립출판으로 만화책을 펴내다가 한 출판사에 발탁돼 여러 상을 받으며 주목받는 전업 작가가 됐다. 소시민의 일상 속 감정의 침전을 예리하면서도 따뜻한 시선으로 포착해내 좋은 평가를 얻었다. 이번 책에는 2004년 11월 8일자 뉴요커 첫 표지 그림을 비롯해 1999년부터 최근까지 뉴욕을 소재로 그린 작품을 모아 실었다.

전철에 앉아 큼지막한 지도를 펼쳐 들여다보는 어머니를 모르는 사람인 척 외면하는 어린 딸, 유모차를 밀고 가는 탱크톱 차림 여성을 힐끗거리는 경찰관, 같은 책을 들고 보다가 시선이 마주친 반대 방향 전철 속 젊은 남녀…. 평범한 순간의 미묘한 감정 균열을 절묘하게 끌어온 이미지들에 대해 그는 “이미지 수집은 장시간의 관찰과 기억에만 의존한다”고 설명했다.

“간혹 간단한 스케치와 휴대전화 스냅샷을 참조하지만 대부분 마음속에서 미리 구상한 이미지를 그대로 옮겨낸다. 관찰 대상 또는 모델이 된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들지 않는 게 내겐 매우 중요하다. 그림은 집 작업실에 앉아 있을 때만 그린다.”


뉴욕으로 이주해 온 한 남자의 10여 년 관찰 기록을 묶은 이번 책은 작가의 그림체 변화와 더불어 도시 공간과 분위기의 변화도 감지하게 해 준다. 그는 “뉴욕은 갈수록 ‘진심으로 여기 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냉정하게 몰아내는 도시가 돼 가고 있는 듯하다”고 했다.

“운 좋게 여기 정착해 딸을 얻고, 젊은 시절 유일하게 구독했던 잡지의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에 갈수록 감사하게 된다. 팍팍해지는 세상살이 염려를 지울 수는 없지만, 깔끔함을 추구하는 그림체 덕에 우울한 기색 없이 밝은 톤으로 메시지를 녹여내고 있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뉴요커 표지작가 토미네#에이드리언 토미네#newyo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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