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중견기업]“품질 좋은 철강제품을 사용할 수 있게 관행 바뀌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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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복철강㈜

윤태감 대표
윤태감 대표

우리나라도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니다. 지난 경주지진으로 건축 자재에 대한 관심이 더 커졌고 건축구조용 철강재들이 지진을 견딜 수 있는가에 대한 안전문제도 제기되었다.

국내 철강전문 가공업체 만복철강㈜이 수입해 가공, 판매한 철강재로 지은 건물 등이 이번 경주지진에서 무너지거나 휘지 않아 안전한 철강재라는 것을 확인시켜 주었다.

최신 설비도입으로 기술 강화

철강유통업으로 2000년 설립한 만복철강은 2007년부터 소비자의 니즈에 맞춰 H형강 제품을 직접 내놓았다. 전문 가공업체의 필요성을 느껴 최신 설비에 투자해 H형강과 소부자재 가공에 나섰다. 기존에는 현장에서 사람이 직접 산소절단으로 가공을 했는데 정확성이 떨어지고 시간도 오래 걸리고 산소나 불이 닿으면 철이 약해지는 문제점이 있었다. 만복철강은 최신 설비 도입으로 자동 공정을 이뤄 정확성, 공사기간 단축, 비용 절감, 품질 향상을 모두 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우수제품도 국내 공사현장에 적용하기엔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국내 공사 현장에서는 국내 제강사가 생산한 철강재를 사용해야 한다고 규정을 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안전보다 국산 제품만 앞세운 규제라는 비판이 나온다. 수입제품을 통해서 더 안전한 제품을 만드는 회사 입장에선 타격이 클 수밖에 없었다.

또 2015년 중국산 저질 불량 제품을 판매했다는 이유로 서울지방경찰청 지능수사대의 전격적인 압수수색을 당하면서 400억 원 수준의 매출손실을 입을 수밖에 없었다. 이는 결과적으로 경범죄 수준인 건기법 위반에 그쳐 300만 원 벌금 처분으로 마무리됐다. 그러나 잘못된 수사로 인한 오랜 법정투쟁 때문에 회사는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었다. 이 역시 무고를 밝히기 위해 벌금 처분에 불복하고 정식 재판을 요구한 상황이다.

주변 역경에도 최근 만복철강㈜과 자회사인 평안철강㈜은 약 2년이 넘는 준비기간을 거쳐 안전을 최우선하는 복공판 생산에 성공했다. 허술한 국내기준보다 더 강화한 기준을 적용한 점이 특징이다. 특히 이때 한국건축구조기술사회 소속 기술사와 국내 건축, 토목학회 교수, 박사들과 함께 복공판 설계편람을 세계 최초로 만들었다. 민간 주도로 최초의 복공판 설계 기준을 제시한 것이다.

평안철강의 복공판은 유로 인증, CE인증, 강구조 인증 등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모든 인증을 획득하며 완벽한 품질을 갖췄다. 업체 측은 “안전을 위해 좋은 품질의 철강을 수입해서 제작했다”며 “완전 밀폐형으로 제작해 최소 중량으로 최대의 내하중을 견딜 수 있도록 설계해 인증을 받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미끄럼 방지에도 최적의 효과를 거둘 수 있었다. 이처럼 까다로운 품질기준을 적용한 결과 최근 제품 안전기준을 까다롭게 평가하는 일본 건설사에도 첫 수출이라는 성과를 거둬 현재 일본 건설사가 건설 중인 태국 현장에서 시공되고 있다.
경기도 안산시에 위치한 만복철강㈜ 본사 전경.
경기도 안산시에 위치한 만복철강㈜ 본사 전경.

허술한 국내 기준 넘어도 ‘불안’

왜 이들은 최소한의 국내 기준만 넘겨도 되는 상황에서 글로벌 인증과 기준까지 어렵게 통과하면서 제품을 만들었을까. 현재 복공판 관련 기준은 1974년 지하철 1호선 개통 당시 일본 복공판 지침서를 적용한 것을 지금까지도 그대로 사용 중이다. 당시에는 15t 트럭 기준으로 만들어진 기준이었다. 대형트럭이 적었던 당시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지금은 화물 적재 시 50t이 넘는 차량도 많아져서 규격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같이 허술한 기준 때문에 그동안 크고 작은 사고가 발생해온 것이 현실이다. 또한 국내 복공판은 기준에 맞춰 제작한 제품마저 노면 접지력이 떨어지는 등 안전 문제도 우려되고 국제 수준에 미달되어 해외 수출 활로도 막혀 있다.

국내 기준이 여전히 부실한데도 최소한의 규제수준만 넘으면 그만이라는 기업의 행태 또한 문제로 지적된다. 특히 대기업마저 이처럼 안전에는 둔감한 행태를 이어가고 있어 전문가들의 비판을 사고 있다. 만복철강 윤태감 대표는 “국민의 안전을 위해서는 KS규격과 품질관리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고 쓴소리를 던졌다. 원가 절감 때문에 최소한의 기준치만 충족하거나, 이마저도 통과하지 못하는 제품이 쓰이는 건설현장의 문제점 때문에 자칫 큰 사고가 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실제로 지난해 5월 부산에서 동명오거리지역 지하차도 공사 현장의 일반형강 복공판 위를 달리던 승합차가 아래로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도로공사 현장마다 저질 및 기준미달 복공판이 쓰인다는 의혹도 끊이질 않는다. 기준을 통과한 제품도 문제가 많은데 이보다 더 저질의 제품이 사용되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다. 누군가는 변화를 말해야 하는 상황에서 제 목소리를 낸 기업이 바로 만복철강이다. 윤 대표는 “무엇보다 국민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업계의 견제와 압력을 받으면서도 회사는 기술력으로 글로벌 기준을 제시하고 안전한 제품을 만드는 회사라는 목표는 꿋꿋이 이어가고 있다. 지금보다 앞날이 더 기대되는 이유다.

김민식 기자 mskim@donga.com
#중소기업#중견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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