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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주성원]‘오리알’ 면세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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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주성원]‘오리알’ 면세점

주성원 논설위원 입력 2017-07-13 03:00수정 2017-07-13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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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의 항속거리가 짧았던 1940년대, 미국과 유럽을 오가는 비행기들은 중간에 착륙해 급유를 받아야 했다. 이때 중간 기착지로 인기 있던 곳이 아일랜드의 섀넌 공항이다. 아일랜드는 당시 50만 명의 연간 통과여객을 겨냥해 ‘중간 기착지와 도착지 어느 쪽 세금도 내지 않는’ 새로운 상점을 만들었다. 1947년 탄생한 세계 최초의 섀넌 면세점이다. 15년 뒤 한국에서도 김포공항에 첫 면세점이 문을 열었다.

▷면세점은 사전면세(Duty Free·관세면제)와 사후면세(Tax Free·일반 세금면제)로 나뉜다. 사전면세점은 관세와 개별소비세, 부가가치세 등을 미리 뺀 가격으로 상품을 파는 곳이다. 반면 사후면세점은 출국할 때 관세를 제외한 세금을 환급해준다. 사전면세점은 관세청이 숫자를 정해 특허를 내주지만 사후면세점은 요건만 갖춰 신청하면 국세청이 허가해준다. 이번 감사원 감사에서 문제가 된 시내면세점은 사전면세점이다.

▷2015년 한국의 면세점 산업은 세계 시장 점유율 14.4%로 2위 중국(7.3%)을 압도했다. 한국 면세점 산업을 일으킨 것은 롯데다. 1980년 문을 연 롯데면세점은 파격적으로 백화점처럼 브랜드별로 제품을 전시 판매했다. 전 세계 면세점이 품목별로 상품을 전시할 때였다. 이후 롯데는 1984년 루이뷔통, 1985년과 1986년 각각 에르메스와 샤넬을 입점시켜 면세점의 ‘명품 시대’를 개척했다.

▷면세점은 한때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다. 씀씀이가 큰 중국인 관광객(遊客·유커)에 기대 큰 수익을 올렸다. 그러나 준비가 덜된 채 뒤늦게 면세점 사업에 뛰어들었다 적자를 낸 사업자들도 있다. 재작년 관세청의 점수 조작으로 특허를 받은 기업들이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와 관련한 중국의 금한령(禁韓令)은 불난 데 기름을 끼얹은 꼴이 됐다. 정부가 작년 서울 시내면세점 특허 4개를 더 내줬지만 허가받은 기업들이 오히려 올해 말까지인 개점 시한을 미뤄 달라고 하는 실정이다. 황금알이 아니라 ‘낙동강 오리알’ 신세다. 규제도 모자라 조작까지 했지만 결국 거위의 배만 가른 것은 아닌지 씁쓸하다.

주성원 논설위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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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세점#롯데면세점#duty free#tax f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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