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디지털 비중 너무 커지면 예술 몰입 방해… 보완재 머물러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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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VR 오프라인 전시회’ 기획
로랑 가보 아트앤드컬처 연구소장

로랑 가보 구글 아트앤드컬처 연구소장이 11일 국립중앙박물관 어린이박물관에서 ‘구글 카드보드’를 두 손에 쥔 채 탄생 비화를 설명하고 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로랑 가보 구글 아트앤드컬처 연구소장이 11일 국립중앙박물관 어린이박물관에서 ‘구글 카드보드’를 두 손에 쥔 채 탄생 비화를 설명하고 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구글의 첨단 가상현실(VR) 기술은 피자에서 나왔답니다.”

11일 국립중앙박물관 어린이박물관에서 만난 로랑 가보 구글 아트앤드컬처 연구소장(41)은 “구글 카드보드의 탄생 비화를 들려주겠다”며 유쾌한 웃음을 지었다. 카드보드는 별도의 기계 없이도 스마트폰을 끼워 VR 영상을 즐길 수 있는 골판지 상자. 누구나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VR 기기를 고민하던 개발자 두 명이 어느 날 연구소에서 피자를 주문했다. 이들은 피자가 담긴 배달 박스를 보고 “값싼 골판지를 사용해 VR 기기를 만들면 어떨까”라는 아이디어를 퍼뜩 얻었다는 것이다. 구글은 2014년 카드보드 제작법을 인터넷에 무료로 공개했다.

11일 국립중앙박물관 어린이박물관을 찾은 어린이들이 ‘틸트 브러시’ 기술을 이용해 가상공간에 그림을 그리고 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11일 국립중앙박물관 어린이박물관을 찾은 어린이들이 ‘틸트 브러시’ 기술을 이용해 가상공간에 그림을 그리고 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국립중앙박물관이 구글과 손잡고 11일 개막한 ‘구글과 함께하는 반짝 박물관’(다음 달 27일까지)에서는 카드보드를 비롯해 3차원(3D) 가상공간에 그림을 그리는 ‘틸트 브러시’, 육안으로 식별할 수 없는 수준까지 그림을 확대할 수 있는 ‘기가 픽셀’, 관람객이 무작위로 선정한 그림들 사이에서 유사점을 분석해 연관된 작품을 보여주는 ‘인공지능’ 기술 등이 대거 사용됐다. 구글이 자체 개발한 VR 기술을 오프라인 전시로 선보이는 건 아시아에서 국립중앙박물관이 처음이다.

가보 소장은 “한국은 교육과 기술에 대한 열정이 대단한 나라여서 국립중앙박물관과 작업하는 건 당연한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구글 아트앤드컬처는 박물관뿐 아니라 미술, 공연, 패션, 거리예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문화예술을 정보기술(IT)과 접목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 70개국에 걸쳐 총 600만 건의 예술작품을 온라인으로 선보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구글 연구소 소속 개발자들이 예술가나 큐레이터들을 수시로 만나 공동작업을 벌인다.

가보 소장은 “소프트웨어 개발자와 예술가, 큐레이터는 완전히 다른 분야이지만 업무 성격이 창의적이고 사람들과 소통하려는 욕구가 크다는 점에서 서로 공통점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파리정치대를 졸업하고 음악학 석사학위를 받은 뒤 유니버설뮤직을 거쳐 베르사유궁전 박물관에서 IT 담당 부관장으로 일했다.

실제 전시에서 IT가 차지하는 비중이나 역할은 어느 수준이 적정할까. 세계 최대 IT 기업에 몸담았지만 그의 답변은 솔직했다. “디지털 이미지가 예술작품보다 크면 보기가 좋지 않아요. 예술에 대한 몰입을 방해하고 균형을 깬다고 할까요. 디지털은 보완재 역할에 머무는 게 맞는다고 생각합니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국립중앙박물관 어린이박물관#로랑 가보#구글과 함께하는 반짝 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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