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환적 소재… 클래식… 지극히 ‘하루키스러운’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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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 신작 ‘기사단장 죽이기’ 12일 국내 출간

무라카미 하루키는 신작 ‘기사단장 죽이기’에서 나치 저항운동, 난징대학살, 동일본 대지진 피해 지역으로의 여행 등을 다루며 치유의 메시지를 담아냈다. 저자는 “나이에서 오는 책임감과 함께 새로운 것을 만들어 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Ivan GimNinez-Tusquets Editores
무라카미 하루키는 신작 ‘기사단장 죽이기’에서 나치 저항운동, 난징대학살, 동일본 대지진 피해 지역으로의 여행 등을 다루며 치유의 메시지를 담아냈다. 저자는 “나이에서 오는 책임감과 함께 새로운 것을 만들어 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Ivan GimNinez-Tusquets Editores
지극히 ‘하루키스러운’ 모든 것을 망라했다. 12일 국내 출간하는 무라카미 하루키(68)의 신작 ‘기사단장 죽이기’(1, 2권·문학동네·사진)는 책장을 펼치는 순간 읽는 이를 빨아들이는 이야기 전개와 현실과 비현실을 넘나드는 몽환적 요소, 클래식 음악과 술, 문학의 향연에 이르기까지 ‘하루키 코드’가 집약된 작품이다.

무명 화가인 주인공은 친구 아버지(아마다 도모히코)가 쓰던 산속 아틀리에에 머물다 유명 화가인 도모히코가 그린 그림 ‘기사단장 죽이기’를 우연히 발견한다. 이후 꼬리에 꼬리를 무는 기묘한 사건과 주변 인물들과의 관계들이 촘촘히 직조되며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도모히코가 오스트리아 빈에서 유학할 당시 학살을 벌이는 나치에 저항하고, 그의 피아니스트 동생은 강제 징집돼 난징대학살 현장에서 어쩔 수 없이 살상을 저지른 후 트라우마에 시달리다 자살하는 등 역사적인 사건도 소환했다. 방황하고 부서지면서도 부조리한 사회에 자기만의 방법으로 맞서는 인간의 의지를 담아낸 것.

일본 우익 세력이 난징대학살의 참상을 묘사한 것을 비판하자 인터뷰를 하지 않기로 유명한 하루키는 올해 4월 아사히신문 등과의 인터뷰에서 “역사는 국가의 집합적 기억이기 때문에 과거의 일로 잊어버리거나, 슬쩍 바꿔치거나 하는 것은 매우 잘못된 일이라고 생각한다. 모두가 책임을 짊어지지 않으면 안 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기사단장…’은 묵직한 울림을 자아내지는 않지만 확실한 재미를 선사한다는 측면에서는 합격점이다. 호기심을 점점 고조시키며 이야기의 숲으로 이끄는 저자의 솜씨는 여전하다. 아내에게 갑자기 이혼 통보를 받은 주인공이 그 충격으로 방황하며 여행을 떠나고, 아틀리에에서 LP로 멘델스존 푸치니 슈베르트의 음악을 듣고 시바스리갈을 마시는 등 하루키가 즐겨 사용했던 감각적 장치들이 어김없이 등장한다.

장석주 시인은 “미스터리, 예측 불가능의 카오스 상태 속에서 우연한 만남, 낯선 여자와의 섹스 같은 코드가 반복되는 등 이전 작품에 대한 오마주의 흔적이 산포되어 있다”고 분석했다.

‘1Q84’ 이후 7년 만에 선보인 장편소설인 ‘기사단장…’은 출간 전부터 국내 서점가를 강타했다. 6월 30일부터 예약판매를 시작한 지 일주일이 채 안 돼 예스24, 알라딘, 인터파크 등 주요 인터넷 서점에서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밀려드는 주문에 문학동네는 출간 전에만 30만 권(15만 세트)을 찍었다. 염현숙 문학동네 대표는 “예약판매 기간에 30만 권을 인쇄하는 건 문학동네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 책은 올해 2월 일본에서 출간될 당시 130만 권을 제작해 화제가 됐다. 세 권짜리인 ‘1Q84’는 국내에서 200여만 권(약 67만 세트)이 판매됐다. 본격적인 휴가철을 앞두고 소설에 대한 인기가 갈수록 뜨거워지는 가운데 ‘기사단장…’은 상당 기간 선두를 꿰찰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기사단장…’은 선인세를 둘러싸고도 화제다. 출판계에서는 선인세만 30억 원에 이른다는 말이 나왔다.

하지만 문학동네는 “그 정도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으며 “일본 에이전시로부터 문학 전문 출판사로서의 실적, 작품의 경향, ‘1Q84’ 판매 실적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을 내렸다는 설명을 들었다”고 밝혔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기사단장 죽이기#무라카미 하루키#하루키스러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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