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트리플 위기’ 자동차 산업, 그래도 파업하겠다는 노조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12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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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자동차 산업이 수출과 내수 판매, 생산량이 모두 줄어드는 ‘트리플 위기’에 빠졌다. 2000년대 후반 금융위기 당시만큼 심각한 수준이다. 올해 상반기 국산차 수출량은 132만4710대로 2009년 이후 8년 만에 최저다. 자동차 수출은 3년 연속 감소세다. 상반기 내수 판매(78만5297대)도 작년 동기에 비해 4% 줄었다. 수출과 내수가 부진하니 생산도 줄었다. 상반기 국내 자동차 생산 대수인 216만5843대는 2010년 상반기 이후 7년래 가장 적은 숫자다.

상황이 이런데도 자동차 노조는 파업을 선언하고 나섰다. 현대자동차 노조는 13, 14일 조합원 대상 파업 찬반투표를 한다. 지금으로선 6년 연속 파업이 예상된다. 기아자동차 노조는 지난달 30일 파업 쟁의발생을 결의했고, 한국GM 노조도 7일 찬반투표에서 파업을 가결했다. 이들은 19일부터 시작되는 민주노총 금속노조의 정치 파업에도 참여할 가능성이 크다.

현대차 노조의 올해 요구안을 보면 과연 회사와 공생할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 회사 측은 지금 처지에서 순이익 30%에 해당하는 성과급 지급이나 상여금 50%포인트 인상 같은 요구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하는데, 한술 더 떠 “4차 산업혁명 때문에 일자리가 줄어들 수 있으니 ‘총고용 보장 합의서’를 체결하라”거나 “정년을 65세로 연장하라”는 억지 요구까지 하고 있다. 이러니 ‘귀족노조’ 소리를 듣는 게 아닌가.

한국GM 노조의 파업 결의도 걱정스럽다. GM 본사는 수익성이 낮은 공장을 정리하는 글로벌 구조조정을 하고 있다. 최근 3년간 2조 원의 누적적자를 낸 한국GM의 철수설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다. 이럴 때 노조가 파업을 강행한다면 GM 본사 경영진의 결단만 부추기는 꼴이 될 것이다.

일터 없는 노조가 설 곳은 없다. 굳이 GM이나 쌍용자동차 같은 과거 사례를 꺼내지 않더라도 알 만한 사실이다. 지금처럼 노조가 “회사는 망해도 우리는 산다”라는 안이한 인식으로 현실을 외면한다면 한국 자동차 산업은 노사가 공멸할 수도 있다.
#자동차 산업#트리플 위기#한국gm 노조 파업#귀족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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