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9시간 일하며 639km 운행… 5시간 반 자고 또 핸들
졸음운전 참사로 본 광역버스 운전사 과로근무
“시속 90km 속도로 달리고 있었다. 어느 순간 눈이 감긴 것 같은데 갑자기 우당탕 소리가 나서 정신을 차려보니 앞바퀴가 붕 떠 있었다.”
9일 경부고속도로 상행선에서 7중 추돌사고를 낸 광역급행버스(M버스) 운전사 김모 씨(51)는 사고 당시 상황을 이같이 설명했다. 이틀 일하고 하루를 쉬는 김 씨는 이날 이틀째 근무하던 날이었다. 사고 전날인 8일 김 씨는 오전 5시∼오후 11시 반까지 19시간 가까이 일했다. 경기 오산시∼서울 사당역까지 2시간 반 정도 걸려 106.6km 구간을 왕복하는데 이 여정을 6차례 반복했다. 운행 거리가 639.6km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약 360km(최단거리 기준)의 두 배에 육박한다.
이튿날 김 씨가 출근해 운전대를 잡은 시각은 오전 7시 15분. 전날 운전대를 놓은 지 7시간 반 만이었다. 그는 점심식사 후 오후 1시 45분 세 번째 운행에 나섰다. 그리고 약 1시간 만인 오후 2시 42분 사고가 났다. 김 씨의 동료들은 “김 씨는 경력 8년의 베테랑 기사였다”며 그날따라 김 씨는 버스에 잘 오르지 못하고 식당에 자주 앉아 있었다”고 전했다. 김 씨는 별다른 사고 전력이 없다.
현행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은 사업용 차량 운전사들이 2시간 이상 운행 때 반드시 15분 이상 쉬도록 하고 있다. 또 운행 간격도 최소 8시간 이상을 유지토록 하고 있다. 하지만 김 씨에게 이 규정은 제대로 적용되지 않았다. 올 3월 김 씨의 동료들은 오산시청에 “전날 운행 후 다음 날 운행 때까지 8시간 휴식을 보장해 달라”는 진정을 제기했다. 하지만 실제 근무에 반영되지 않았다.
이런 환경은 김 씨만의 얘기가 아니다. 이날 본보 기자는 27년 경력의 이모 씨(60)가 운전하는 광역버스(경기 수원시∼서울역)에 탑승해 17시간 동안 운행 상황을 확인했다.
“씹을 거리가 있어야 저승사자가 못 온다.”
이 씨는 운전대 옆 비닐봉지에 담긴 콩과 호두를 한 움큼 집어 입에 털어 넣었다. 식사 후 몰려오는 졸음이 그에겐 ‘저승사자’다. 오후 11시가 돼서야 일과를 마친 그는 “한 번 나가면 2, 3시간 꼼짝 못 하고 달려야 하는 게 버스 운전이다. 잠깐 눈을 감았는데 앞차가 코앞인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씨는 이날 오전 4시 반 수원에 있는 차고지에 도착해 오전 5시 10분 운행을 시작했다. 두 차례 왕복운행을 하고 수원 차고지로 돌아온 때가 오전 10시 반. 이때가 하루 첫 끼니를 해결하는 시간이다. 10분 만에 밥그릇을 비운 그는 자판기 커피 한 잔을 뽑아들고 담배를 물었다. 15분간 한숨을 돌린 이 씨는 다시 버스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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