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체제 선전 놀이터 된 유튜브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8일 03시 00분


코멘트

미사일 발사-김정은 찬양 등… 조선중앙TV채널 여과없이 방영
국내외 구독자 3000명 넘게 등록… 일부 누리꾼 응원 댓글-후원금 보내
정부 “법 위반 따져본 뒤 조치”

북한 조선중앙TV의 영상이 거의 실시간으로 나오는 유튜브 ‘조선중앙텔레비전(KCTV)’ 채널 모습. 유튜브 화면 캡처
북한 조선중앙TV의 영상이 거의 실시간으로 나오는 유튜브 ‘조선중앙텔레비전(KCTV)’ 채널 모습. 유튜브 화면 캡처

북한의 미사일 발사 장면을 생중계하며 도발 행위를 옹호하고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을 찬양하는 내용의 북한 방송이 유튜브에서 버젓이 상영되고 있는 것으로 7일 확인됐다. 국내 일부 누리꾼은 이 영상들을 보며 응원 댓글을 남기고 방송 운영진에 사이버 후원금인 ‘유튜브 머니’를 전하기까지 해 논란이 예상된다.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시험 발사한 4일 유튜브 ‘조선중앙텔레비전(KCTV)’ 채널은 이 장면을 생중계한 북한 조선중앙TV의 영상을 거의 실시간으로 전파했다. 이 영상 아래에는 “와! 불꽃놀이가 여의도보다 더 끝내준다” “더 많은 북한 소식 부탁해요” 같은 댓글이 달렸다. 한 누리꾼은 방송 운영자에게 유튜브 머니 형태로 1000원을 보냈다.

올 2월 개설된 KCTV는 매일 오후 2시부터 8시간 동안 조선중앙TV를 실시간 스트리밍 방식으로 연결해 국내외에 북한 영상을 전하고 있다. 김정은의 군사시설 시찰이나 북한군 훈련 장면, 주민들의 정권 찬양 행사 등 주제별로 편집한 동영상도 매일 여러 건 올라온다. 이 방송은 국적과 연령에 상관없이 누구나 볼 수 있으며, 국내외 3000여 명이 구독자로 등록해 정기적으로 시청한다. 인기 게시물은 조회수가 5만 건을 넘는다. KCTV 소개란에는 조선중앙방송위원회가 운영한다고 돼 있지만 실제 북한이 운영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유튜브코리아는 “회사 방침상 채널 정보를 제공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2월 북한 전문 웹사이트인 ‘38노스’는 “멕시코에 기반을 두고 운영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우리 국민이 조선중앙TV 등 북한에서 제작된 영상을 온라인상에 무단 배포할 경우 북한에 대한 찬양·고무를 금지한 국가보안법 제7조 위반에 해당돼 처벌받을 수 있다. 유튜브 등을 통해 북한 동영상을 보는 행위는 법에 저촉되지 않지만 유튜브 머니 형태 등의 금전이 방송 운영진을 통해 북측에 제공된다면 ‘대북 송금’으로 간주될 수 있다.

경찰 관계자는 “친북 성향의 영상을 무단 전파하는 KCTV는 법 위반 소지가 있어 사실 관계를 파악해 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방송통신위원회도 “북한의 통치이념과 3대 세습을 찬양하는 콘텐츠는 차단 대상”이라며 “심의위원회가 구성되는 대로 해당 채널의 법 위반 여부를 따져보겠다”고 밝혔다.

유튜브는 지난해 11월 KCTV와 유사한 ‘북한 찬양’ 채널을 청소년 유해물로 판단해 폐쇄 조치했다. 하지만 유튜브 채널 개설은 별다른 제약 없이 누구나 할 수 있어 친북 성향의 방송 채널이 계속 생겨나는 실정이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 이정윤 인턴기자 서강대 경제학과 졸업
#대북방송#유튜브#북한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