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반도체 역사 새로 쓴 삼성 앞에 놓인 과제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8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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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어제 2분기(4∼6월) 매출 60조 원, 영업이익 14조 원이 예상된다고 한국거래소에 공시했다. 2분기 영업이익은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 1위로 세계 시가총액 1위 기업인 애플의 같은 기간 영업이익 추정치 12조2100억 원을 넘어선 것이다. 미국 정보기술(IT) 업계 ‘빅4’로 불리는 ‘FANG’(페이스북,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의 영업이익을 모두 합한 12조9100억 원보다도 더 많다.

특히 2분기 삼성전자의 반도체 매출(17조3000억 원)은 24년 동안 부동의 업계 1위를 지켜온 ‘반도체의 황제’ 인텔의 같은 기간 매출(16조5000억 원 추정)을 앞지른 것으로 세계 반도체 업계 1위로 오른 것이다. 2분기 영업이익의 절반이 넘는 7조5000억∼8조 원가량을 반도체에서 벌어들인 삼성전자는 반도체 슈퍼 사이클(장기 호황)에다 드론과 사물인터넷(IoT), 데이터센터 등 4차 산업혁명용 메모리반도체 수요 급증의 이득을 톡톡히 봤다.

증권가에선 하반기에도 반도체 호황이 이어지면서 삼성전자의 연간 영업이익이 50조 원을 넘을 것이라고 내다본다. 그러나 반도체 굴기(굴起)를 선언한 중국은 앞으로 200조 원을 반도체 산업에 투자해 자국산 반도체 비율을 2025년까지 7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선언했다. 2020년 이후 반도체 수요 증가세가 꺾이는 상황에서 중국이 대량 공급에 나서면 삼성전자가 직격탄을 맞을 수도 있다.

2013년 불어닥친 반도체 경기 불황에도 삼성전자는 해마다 18조∼19조 원씩 부품시설에 꾸준히 투자했다. 지난해엔 23조 원을 쏟아부을 정도로 공격적 투자를 이어갔다. 오너의 경영 판단과 과감한 투자 결정에 따른 것이었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미래 먹거리 발굴과 선제적 투자, 주력산업 혁신을 위한 의사결정이 시급한 지금 삼성전자는 오너 없는 경영을 5개월째 하고 있다.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기업 인수합병(M&A)은 엄두도 내지 못하는 실정이니 사상 최대 실적에도 기뻐할 수만은 없을 것이다.
#삼성전자#삼성전자 반도체 매출#삼성 영업이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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