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빠지는 아베의 개헌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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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정권의 과제는 경제 재생”… 연립여당 공명당 대표 개헌 제동
자민당 내부서도 속도조절론

아베 신조(安倍晋三·사진) 일본 총리가 정치인생을 걸고 추진하던 ‘평화헌법 개정’이 무산될 징조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2일 도쿄(東京)도의원 선거 참패 후 아베 총리의 구심력이 약해지면서 여당 내부에서도 ‘속도조절론’이 힘을 얻고 있다.

연립여당인 공명당의 야마구치 나쓰오(山口那津男) 대표는 5일 기자회견에서 “정권의 과제는 경제재생과 아베노믹스의 추진이다. 헌법은 정권이 노력할 과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4일 보도된 인터뷰에서 “예정대로 개헌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아베 총리의 생각에 동의할 수 없다는 태도를 분명히 한 것이다.

야마구치 대표는 또 “여당이 만든 틀이 당장 헌법 논의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자민당이 개헌안을 내놓더라도 논의할 생각이 없음을 시사했다. 개헌안이 국회를 통과하려면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한데 공명당이 동의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더구나 이번 선거에서 공명당은 자민당 대신 도민퍼스트회와 손잡고 승리했다. 아사히신문은 “정권 내에서 공명당의 발언권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분석하고 “(계획대로) 임시국회에서 개헌안을 제시하는 것은 (더 이상) 현실적이지 않다”는 총리 관저 간부의 발언을 전했다.

자민당 개헌추진본부의 야스오카 오키하루(保岡興治) 본부장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가을 임시국회에 개헌안을 제출한다는 목표에 대해 “정식 제출이 아니라 중의원 헌법심사회의 논의의 토대를 제시한다는 의미”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는 사실상 속도 조절을 하겠다는 취지로 받아들여졌다. 이날 열린 추진본부의 임원회의에서 아리무라 하루코(有村治子) 전 여성활약담당상은 “이번 선거 결과에 따라 신중하게 해야 한다”며 신중론을 폈다.

‘포스트 아베’로 거론되는 당내 후보들도 개헌에 부정적이다.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지방창생상은 “(선거에서) 국민, 도민은 신중하게 해 달라는 목소리를 냈다. 개헌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라며 5일 반대 의사를 밝혔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외상은 선거 전부터 “지금은 (무력 및 전쟁 포기를 규정한) 헌법 9조 개정은 생각하지 않는다”는 입장이었다.

자민당 일각에선 개헌을 포기하고 조기에 중의원을 해산하고 총선을 치르자는 주장까지 나온다. 선거에서 압승한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도지사가 전국 정당을 만들기 전에 빨리 선거를 해 정권만이라도 지키자는 것이다. 이 경우 개헌세력이 3분의 2 아래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일본#아베#개헌#자민당#공명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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