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해 스님 “본질은 어디서나 하나로 통합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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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모스크바영화제서 호평받은 기독교 영화 ‘산상수훈’ 감독 대해 스님

영화 ‘산상수훈’의 감독인 대해 스님(오른쪽)과 주연 배우 백서빈이 6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의 한 골목에서 자신들의 영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영화 ‘산상수훈’의 감독인 대해 스님(오른쪽)과 주연 배우 백서빈이 6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의 한 골목에서 자신들의 영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성경이든 불경이든 모든 종교의 가르침은 ‘경(經)’이라 하지요. 그건 인간과 세계의 본질을 다룬 겁니다. 저희가 만든 영화 ‘산상수훈’도 마찬가지죠. 그 가르침을 퍼뜨린다는 뜻에서 하나의 ‘영화경’이라 할 수 있겠네요.”

스님은 거침이 없었다. 아니, 되레 거침 있는 걸 이상히 여겼다. 문제가 있으니 풀어봤고, 답이 나왔으니 내놓았다. 그렇게 세상에 영화 한 편을 툭 던진 대해 스님(58·대한불교조계종 국제선원장)을 6일 서울 종로구 한 식당에서 만났다.

무심히 던졌으되 물결은 넘실거린다. ‘산상수훈’은 예수의 산상 설교를 일컫는다. 불제자가 기독교 영화를 만들었단 얘기다. 지난달 배우 손현주가 영화 ‘보통사람’으로 남우주연상을 받았던 제39회 모스크바국제영화제에 초청될 만큼 국내외에서 관심이 크다.

왜 하필 스님이 예수의 가르침을 다뤘을까. 스님은 또 한 번 툭 던졌다. “본질은 어디서나 어디로나 통하니까”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게 그리 이상한가요? 출가의 목적이 뭐겠습니까. 답을 찾는 겁니다. 그리고 그걸 전하는 거죠.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자는 뜻은 하나님이건 부처님이건 같으니까요. 해외에선 제가 불자라는 점에 크게 개의치 않아요. 함께 진리를 고민할 수 있는 좋은 ‘교과서’를 만났다고 반가워했습니다. 그게 이 영화를 만든 이유죠.”

대해 스님의 감독 커리어는 상당히 길다. 2007년 단편 ‘색즉시공 공즉시색’을 시작으로 91편의 중단편을 만들었다. 유네스코 산하 국제영화기구인 유니카(UNICA) 국제영화제를 비롯해 크고 작은 해외영화제에서 수상 경력을 쌓아왔다. 장편은 ‘산상수훈’이 처음이지만, 스님은 현지에서 웬만한 거장 못지않은 대접을 받았다.

영화 ‘산상수훈’의 한 장면.  ㈜그란 제공
영화 ‘산상수훈’의 한 장면. ㈜그란 제공
“작품 줄거리는 간명합니다. 신학생 8명이 동굴 안에 모여 진리를 찾아 격렬하게 토론합니다. 그런데 관객들은 굉장한 충격을 받았나 봐요. ‘관객과의 대화’에서 질문이 끊이질 않았습니다.”

함께 자리한 주연 백서빈(33)도 이번 작품을 “너무나 독특한 체험”으로 떠올렸다. 배우 백윤식의 아들인 그는 아버지 뒤를 이어 모스크바에 초청됐다. 2003년 같은 영화제에서 백윤식이 출연한 ‘지구를 지켜라!’는 감독상을 받았다. 하지만 그 영광만큼이나 고민도 컸다.

“실은 저를 비롯해 연기자 대부분이 개신교 신자입니다. 때문에 처음엔 감독님 말씀이 잘 와닿지 않았어요. 게다가 동굴에서 보름을 촬영했는데, 13분 동안 혼자 대사하는 롱테이크가 있을 정도로 어려운 장면이 많았어요. 그런데 함께 하나하나 고민하다 보니 어느새 진심으로 이 영화를 대하게 되더라고요. 연기보단 깊은 공부를 한 느낌입니다.”

스님의 공부는 끝이 없다. 2012년 ‘소크라테스의 유언’을 찍었던 스님은 앞으로 부처와 공자를 다룰 예정이다. 4대 성인을 다 훑겠단 뜻이다. 무엇을 위해서일까.

“본질은 같기 때문이죠.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을 수 있어야 비로소 답도 보입니다. 왜 하필 그게 영화냐고요. 현대사회에서 이만큼 뜻을 전파할 좋은 수단이 어디 있겠어요. 시공간을 초월해 다가갈 수 있는 도구잖아요. 경(經)은 멈춤도 막힘도 없는 겁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산상수훈#대해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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