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우선주의’ 역풍… 反트럼프 전선 넓히는 유럽-中-러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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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글로벌 이슈 장악력 급속 약화
시진핑-푸틴 “우리 둘이 가장 긴밀”… 日-EU는 자유무역협정 가속
메르켈-마크롱 “유럽운명, 우리가”
트럼프, G20 정상회의 앞두고, 英-獨-佛대신 폴란드 방문


2008년 생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재임 2009∼2017년)의 확고한 리더십 아래 지구촌 문제를 논의하고 해법을 찾는 장소로 뿌리 내렸다. 그러나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주요 국가들과 마찰을 빚고 있다. 이 때문에 7, 8일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글로벌 이슈에 대한 미국의 장악력은 급속도로 약화되고 있다.

냉전시대부터 최고의 우방이자 미국의 적이었던 러시아와 중국은 어느 때보다 긴밀히 협력하며 미국에 맞서는 반면 미국의 전통적인 우방들은 트럼프 행정부에 등을 돌리고 제 살길을 찾는 모양새다. 이들은 G20 정상회의 직전 서로 만나 트럼프 대통령과 사실상 반대 전선을 형성하고 있다.

7일 트럼프 대통령과의 첫 정상회담을 앞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4일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했다. 시 주석은 “주석 재임 기간(2013∼2017년) 중 푸틴 대통령과 22차례나 만났다”며 “러시아는 내가 가장 자주 찾는 나라이고 외국 지도자 가운데 푸틴과 가장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극찬했다.

시 주석은 이번 방문 때 미국 등 서방의 경제제재로 고통받고 있는 러시아에 경제선물을 듬뿍 안겨줬다. 그동안 중국이 경제협력 분야에선 소극적이었다는 러시아의 불만을 달래는 조치다. 양국 국영은행 주도로 110억 달러(약 12조6500억 원) 규모의 러시아 투자 펀드를 만들어 각종 분야에 투자하기로 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보도했다.

그 대신 러시아는 북한의 핵·미사일 활동과 대규모 한미 연합훈련을 동시에 중단하자는 중국의 쌍중단 구상에 지지 의사를 밝혔다. 중국을 향해 대북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는 트럼프에게는 적지 않은 부담이 되는 구상이다. 스트롱맨들의 조합으로 관심을 모았던 미중, 미-러 정상 간 관계는 최근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다.

미국의 최대 우방국인 일본은 G20 정상회의 개막 하루 전인 6일 도날트 투스크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과 정상회담을 한다. 일본과 EU는 이번 회담에서 자유무역협정(FTA)의 일종인 경제연대협정(EPA) 체결을 선언하기 위해 막판 스퍼트를 내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의 함부르크 방문 전날 밤 세계 최대 자유무역 협의체인 북미자유무역협정(NATFA)에 대항하는 규모의 유럽 자유무역 협의체가 탄생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동안 지난해까지 일본은 EU와 미국 간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 과정을 지켜봐왔다. 그러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TPP 폐기를 공식 선언하면서 양측 FTA가 급물살을 타게 됐다. FTA가 성사될 경우 일본 자동차에 부과됐던 관세 10%가 면세되면서 유럽 자동차 시장에서 미국 자동차의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G20 주빈국인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신흥 리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각각 3월과 5월 트럼프 대통령과 만난 후 “유럽의 운명은 우리 손으로 결정해야 한다”며 미국 동맹에서 벗어나고 있다. 시 주석과 메르켈 총리는 4일 베를린 회담에서 “경제 글로벌화를 함께 추진하자”며 역시 트럼프 보호주의에 공동전선을 취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6일 영국, 독일, 프랑스 대신 폴란드를 방문한다. 폴란드는 민족주의 정당인 법과 정의당이 집권한 후 민주화 운동을 탄압하고 난민에 적대적인 극우 독재 정책을 펼쳐 EU에서 왕따를 당하고 있다. 그 대신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매우 우호적이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트럼프#g20#미국 우선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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