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저 “한 국가만 잘살겠다 빠져나가면 모두가 손해”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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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금융위원회 의장, 브렉시트-美우선주의 비판

“뜨개질한 스웨터의 실 한 올만 잡아당기면 긴 실만 남고 스웨터는 사라집니다. 우리도 다자주의 체제가 허울밖에 남지 않는 상황을 경계해야 합니다.”

토마스 비저 유럽금융위원회·유로실무그룹 의장(63·사진)은 5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세계경제연구원이 개최한 ‘브렉시트와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 유럽의 도전’ 강연에서 여러 실로 짜인 스웨터를 ‘다자주의’에 비유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한 국가만 홀로 잘살겠다고 실 한 올 빠져나가듯 이탈해버리면 결국 모두가 손해를 보고 만다면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와 같은 일방주의를 비판했다.

비저 의장은 ‘포용적이지 못하고 분배가 덜 된 성장’이 브렉시트의 원인 중 하나라고 진단했다. EU 국가들 간에 경상수지 차이가 많이 발생했고 이런 불균형이 EU를 불안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는 “결국 저성장과 낮은 생산성 문제에 직면한 선진국 시민들은 중국의 저임금 노동자 때문에 일자리를 잃었다고 생각하며 불만스러워하기 시작했다”면서 “브렉시트와 트럼프 대통령 당선은 이러한 시민들의 불만이 터진 상징적 사례”라고 지적했다.

비저 의장은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는 해법은 EU와 같은 다자주의 체제를 강화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60년간 역사를 살펴볼 때 유럽의 평화와 번영은 EU 덕분이었습니다. 특히 오늘날엔 각국 문제가 세계 문제로 확장될 수 있으니 다자간 협력이 더욱 중요해졌습니다.”

비저 의장은 EU의 다자주의를 더 진전시켜 재정 통합을 이뤄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10년 안에 완전한 재정 동맹이 완성돼 유로존 차원에서 재정정책이 운용돼야 한다”면서도 유로존 단일 재무부 안에 대해선 “각 국가의 헌법 등을 고려해야 하는 복잡한 문제”라고 말했다.

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토마스 비저#브렉시트#미국 우선주의 비판#유럽금융위원회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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