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벌사회 바뀔것”vs“또다른 역차별”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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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 7월부터 블라인드 채용
취업준비생들 찬반 의견 엇갈려
직무중심 면접 정착방안 마련… 정부, 가이드북 제작 기업참여 유도
경영계 반발 고려… 법제화엔 신중


“좋은 대학을 가야 좋은 회사를 간다는 인식과 학벌 중심 풍조가 블라인드 채용을 통해 어느 정도 뒤집힐 거라고 믿는다.”(직장인 우제영 씨·28)

“대학은 내가 노력해서 얻은 대가이자 학창 시절을 성실하게 보내왔다는 증거다. 이를 무조건적으로 숨기도록 하는 것은 또 다른 역차별이다.”(취업준비생 김미희 씨·26·여)

5일 정부가 이달부터 공공기관과 지방공기업에 블라인드 채용을 전면 도입하겠다고 밝히자 청년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학벌 위주 사회에 변화가 올 것이라며 환영하는 반응과, 학력 학벌 역시 개인의 실력을 증명하는 지표인 만큼 이를 공개하고 인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

정부가 밝힌 방안은 국내 모든 공공기관(332개)과 지방공기업(149개)에 이달부터 블라인드 채용을 전면 도입하도록 강제하는 것이다. 취업준비생의 관심이 높고 대규모 인원을 공채하겠다고 이미 밝힌 한국전력(718명)과 한국농어촌공사(250명) 등 대형 공공기관에도 즉각 적용된다. 인적사항에는 이름과 주소, 연락처와 이메일, 지원 직무, 가점항목(장애 또는 보훈)만 적어야 하고, 지역인재 우대 채용 지원자도 최종 졸업학교의 소재지만 써야 한다. 특히 직무 중심 채용을 유도하기 위해 △직무 관련 교육 △자격사항 △경험 또는 경력사항 등을 입사지원서에 상세히 적도록 했다.

특히 앞으로 공공기관은 면접 역시 인적 정보를 면접위원들에게 공유하지 않는 블라인드 면접으로 진행해야 하고, 직무 중심 면접이 정착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직무 수행에 필요한 지식과 기술 등을 사전에 공지해서 응시생들이 준비할 수 있도록 하고, 면접 역시 경험면접과 상황면접 등 직무 관련 능력을 파악하는 쪽으로 설계해야 한다.

하지만 실효성을 의심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대학생 이효빈 씨(24)는 “블라인드 채용을 하더라도 자기 회사에 맞는 사람을 뽑기 위한 과정을 재차 만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미희 씨는 “대학생들 중에 자기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확고하게 알고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느냐”면서 “경험을 쌓기 위해 이 경험 저 경험 다 하다가 오히려 불필요한 경험과 준비 기간만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정부는 당분간 공공부문에만 블라인드 채용을 도입하고, 민간기업은 당장 강제하지 않기로 했다. 블라인드 채용 가이드북을 중소기업에 배포하고 정부가 직접 인사담당자를 교육해 자연스럽게 민간 부문까지 확산되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특히 블라인드 채용을 법제화하는 것 역시 경영계 반발을 고려해 국회, 경영계와 긴밀히 협의해 추진하기로 했다. 이성기 고용노동부 차관은 “(법제화는) 정부가 일단 의지를 갖되 공감대를 확산시켜 나가면서 국회와 심도 있게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 박종관 인턴기자 한양대 중어중문학과 졸업
#블라인드 채용#공공기관#취준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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