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춤법의 재발견]너무나 힘이 센 ‘-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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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미 서강대 국제한국학연구센터 연구교수
김남미 서강대 국제한국학연구센터 연구교수
●‘하다’의 띄어쓰기
 
글에서 자주 발견되는 오류 유형 중 하나가 ‘하다’와 관련된 것이다. 학생들에게서든, 직장인들에게서든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오류다. 왜 이와 관련된 오류가 많을까. 국어에는 ‘하다’와 관련된 단어가 정말 많다. 이를 사용하지 않고는 문서를 작성할 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예를 들어 보자.

① 하다

② 공부하다, 생각하다, 사랑하다, 빨래하다,

마련하다, 수립하다, 설계하다, 진행하다,

건강하다, 순수하다, 정직하다, 진실하다,

행복하다, 미련하다, 고요하다, 정숙하다…


띄어쓰기 오류는 주로 ②에서 발견된다. 잠깐만 인터넷을 뒤져도 오류가 무수히 발견된다.

현재 기획 하는 프로젝트

응모 하는 방법

제안 하는 스타일

임의로 마련 한 것


모두 붙여 적어야 하는 예다. 여기서 누군가는 이런 질문을 해야 한다. ‘기획하다’는 ‘기획을 하다’의 준말이니 띄어 써야 하는 것이 아닌가? 정말 본질적이고 멋진 질문이다. 이런 질문들이 띄어쓰기를 제대로 이해하게 한다. 질문에 제대로 답하려면 우리가 단어를 어떻게 만드는지를 알 필요가 있다.

단어를 만드는 생산적인 방법은 있는 단어를 활용하는 것이다. 그래야 이전 의미를 그대로 쓸 수 있으니까. ‘먹이’라는 단어를 예로 들어 보자. 이 단어의 ‘먹-’에는 이전 단어의 의미가 들었다. 그러면 ‘-이’에는 어떤 의미가 들어 있는가? ‘먹다-먹이, 놀다-놀이’의 관계를 보면 ‘-이’ 덕분에 ‘먹다’ ‘놀다’가 명사가 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동사를 명사로 만들어 주는 요소다. 그래서 항상 앞말에 붙여 적는다.

‘동사’를 ‘명사’로 바꾸는 요소가 있다면 반대로 ‘명사’를 ‘동사’로 바꾸는 것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것이 ②의 ‘-하다’이다. ‘-하다’는 명사를 ‘동사’나 ‘형용사’로 바꾸어 주는 역할을 하는 요소다. 그래서 언제나 앞말에 붙여 적어야 한다. ‘-이’를 앞말에 붙여 적는 것과 같은 원리다.

이제 앞에서 했던 질문에 답해 보자. ‘기획하다’는 ‘기획을 하다’의 준말이 아니다. ‘기획’에 ‘-하다’라는 접사가 붙어서 새로운 단어가 된 것이다. 이 ‘-하다’는 ‘건강하다, 순수하다, 정직하다’처럼 ‘건강을 하다(×), 순수를 하다(×), 정직을 하다(×)’처럼 ‘을·를’과 관련되지 않은 단어들도 무수히 만들어 낸다. 심지어는 ‘게임(game)하다, 플레이(play)하다, 조인(join)하다, 컴퓨터(computer)하다’ 같은 아직 우리말이라 할 수 없는 단어들도 만들어 내는 힘이 센 접사다.

오늘 할 일이 많아.=할 일이 많아, 오늘.

위의 문장에서 ‘오늘’과 ‘하다’는 왜 띄어 적어야 할까? 이 단어는 ‘오늘하다(×)’가 아니다. 문장에서 ①의 ‘하다’ 동사를 ‘오늘’이 꾸미고 있을 뿐이다. 이들을 구분하는 것도 올바른 띄어쓰기를 위해 짚어야 할 일이다.
 
김남미 서강대 국제한국학연구센터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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