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이지선의 힘이 되는 경제]국내 물가, 왜 비쌀까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5일 03시 00분


코멘트
서울 용산구 한 대형 마트를 찾은 시민이 장바구니에 계란을 담고 있다. 동아일보DB
서울 용산구 한 대형 마트를 찾은 시민이 장바구니에 계란을 담고 있다. 동아일보DB
최근 주요 기관에서 전 세계 생활물가지수를 비교해 발표한 바에 따르면 우리나라 물가가 상당히 높은 수준임을 알 수 있습니다. EIU(Economic Intelligence Unit)와 컨설팅 기업 머서(MERCER) 발표에 따르면 서울의 물가지수는 세계 주요 도시 중 여섯 번째로 높습니다. 물가가 가장 비싼 도시는 싱가포르이며 그 뒤를 홍콩, 일본 도쿄가 잇는 가운데 서울의 생활물가는 미국 뉴욕, 프랑스 파리보다도 높은 수준으로 집계됐습니다. 물론 이러한 지표들이 정확한 생활수준을 반영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겠지만 우리나라의 일인당 소득이 미국이나 프랑스보다도 낮은 수준임을 감안할 때 높은 물가로 인해 실질적인 생활수준이 더욱 낮아지는 측면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품목별로 보면 주로 식료품이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빵 1kg의 평균 가격은 14.8달러로 도쿄나 뉴욕의 평균 7∼8달러에 비해 크게 높습니다. 와인 가격 역시 두 배가량 비싸고 달걀, 사과 등 식품도 다소 가격이 높은 편입니다. 반면 영화 관람, 인터넷 사용료 등 서비스 가격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것으로 집계됩니다.

우리나라의 식품 가격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또 상승 추세에 있는 반면 전 세계 평균으로는 식품 가격이 하락 추세에 있습니다. 유엔 통계에 따르면 2011년 240까지 치솟았던 세계 식품가격지수는 이후 꾸준히 하락 추세를 보이며 올해 160 수준에 머물고 있습니다. 반면 우리나라 농산품의 소비자가격은 같은 기간 동안 12% 상승했습니다.

이렇듯 높은 농산품 가격의 배경으로 유통업체들의 마진이 과도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생산지에서 소비자에 이르기까지 6∼7단계에 거친 중간 유통업체가 존재하는 복잡한 구조에서 비용이 발생한다는 것입니다. 반면 유럽의 경우 상대적으로 유통구조가 단순하고 직거래도 발달해 가격을 낮출 수 있는 측면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더욱 근본적인 원인으로는 우리나라의 생산량 자체가 적기 때문에 가격이 높은 수준에서 형성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유럽의 경우 인구 일인당 곡물 생산량이 500kg에 이르는 반면 우리나라는 이에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으며 우유와 육류의 경우 더 큰 차이가 나는 것으로 집계됩니다. 식품 생산은 자연환경에도 영향을 크게 받기 때문에 유럽과 직접적인 비교에 한계가 있을 수 있지만 자연환경이 상대적으로 유사한 일본과 비교했을 때에도 우리나라 우유와 육류 생산은 적은 편입니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에서 기업형 농업 등 농업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꾸준히 진행되어 온 반면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이러한 점에서 미흡한 측면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생산량 자체가 적다 보니 조류인플루엔자나 가뭄 등 갑작스러운 환경 변화가 생겼을 때 식료품 가격이 빠르게 상승하는 측면도 있습니다. 소득 수준만큼이나 생활물가를 적정한 수준에서 유지하는 것도 삶의 질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만큼 이에 대한 다양한 고민과 정책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지선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
#국내 계란 가격#국내 물가#농업생산성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